부처님이 주신 진리의 보따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5.10.20 조회4,272회 댓글0건본문
![]() |
[조선일보] 이번주 명설교 명법문은 지난 4일 서울 석촌동 불광사에서 법주인 촌로(村老) 지정(至淨) 스님이 한 ‘내 생명의 본래 모습이 마하반야바라밀이다’입니다.
흔히 불교를 아무것도 없는 것, 허망한 것, 염세적인 것으로 치부하곤 합니다. 아함경 등에 나오는 일체고통, 제행무상(諸行無常) 등 부처님 말씀을 잘못 해석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러나 이는 부처님 말씀의 최종결론, 알맹이가 아닙니다. 만약 이렇게 허망한 것이 불교라면 우리는 아무 노력도 없이 그냥 살다가 죽으면 그 뿐일 것입니다.
법화경에는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들은 어린 나이에 가출해서 50년을 걸식하고 다닙니다. 그러던 어느날 대궐같은 으리으리한 집 앞에 당도해 구걸을 하려다가 괜히 주눅이 들어 도망갑니다. 그런데 이 집은 바로 자신의 집이었습니다. 우연히 문틈으로 아들을 발견한 아버지는 하인을 시켜 아들을 데려와 “여기가 네 집이고, 내가 네 아버지다”고 설명하지만 아들은 믿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정 못 믿겠으면, 화장실 청소를 하면 밥과 옷을 줄테니 있으라”고 합니다. 그렇게 몇년을 지내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가 돼서야 아들은 자신이 이 집의 아들임을 깨닫고 재산도 물려받게 됩니다. 처음부터 아버지의 말을 믿었으면 모든 재산이 자기 것이었을 텐데 그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진실을 믿게 된 아들의 이야기이지요.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진리의 보따리를 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잘 믿지를 않습니다. 자신이 아버지의 아들임을 믿지 못하는 이야기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서 부처님처럼 깨닫기 위해서는 이런 저런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불자는 부처님의 진리를 믿는 것으로 깨달음을 삼아야 합니다. 대신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부처님이 깨달은 후에 하신 행동, 즉 보살행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것은 모든 중생이, 너와 내가 한 몸이라는 자각입니다. 하루에 10분씩이라도 이런 보살행을 실천합시다. 그러한 행동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출발부터 못난 중생이 아니라, 부처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조금씩이라도 좋은 행동을 쌓아야겠습니다.
(지정 스님·불광사 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