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주함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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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5.10.20 조회4,070회 댓글0건본문
서울 강동구 석촌동에 있는 불광사. 이 절은 강남 요지의 대지 870여평에신도가 1만명이 넘는 대형 사찰이지만 여느 절이나 교회와 마찬가지로 회계감사를 받을 법적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광사는 올해 자발적으로 지난 5년간의 사찰재정에 대해 공인회계사와 변호사 등의 회계감사를 받고 최근 그 내역까지 공개했다.
종교계에서 보기 드문 이런 ‘투명성’은 지정(61) 주지스님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내부에서 반발도 없지 않았으나 지정 스님의 설득과노력으로 결국 모두가 동의해 지난 6월과 이 달 두 차례에 걸쳐 회계감사를 받았다. 감사 결과 계정기입의 오류 등의 사소한 실수가 드러났지만 비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도들로부터의 신뢰가 더욱 돈독해졌다.
“올해 처음으로 회계감사를 처음 받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아무리작은 금액이라도 영수증을 사용하고, 현금 취급 직원들의 사고를 예방하기위한 상호 견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등등이죠.”불광사는 이 같은 노력을 인정 받아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상임대표 구치모)가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제1회 ‘투명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26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상을 받았다.흥사단이 오랫동안 사회 발전을 가로막아온 부정부패의 망령에서 벗어나고자 ‘나부터 정직하게, 다 함께 투명사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변호사, 회계사 등 12명의 심사위원을 선정해 결정한 상이다. 그 동안 종교단체가 선행과 관련된 상을 받은 경우는 많았지만 이처럼 ‘투명성’과 관련해수상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불광사 박찬석 사무장은 “부패한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수백 억원이 왔다갔다하는 어지러운 세상에 어느 한 사찰이 자신의 모습을 꾸밈없이 드러내는 행동이 사소한 일로 치부될 수도 있으나, 많은 신도들이 생활비를 아껴서 낸 헌금의 규모와 사용처를 투명하게 밝힘으로써 앞으로는 깨끗한 재산이 한푼이라도 잘못 지출되거나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겠다는 의지를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불광사는 앞으로도 매년 상ㆍ하반기 두 차례씩 회계 감사를 받기로 했다.
1965년 광덕 스님을 은사로 비구계를 받은 지정 스님은 84년 불광사 주지와 91년 경남 함안군 봉불사 주지를 거쳐 99년 다시 불광사 주지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