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금강경-보현행원품 독송
수행 6개월만에 모든 일이 ‘술술’
보현행원 수행을 갈구하던 중 ‘실천보현행원’을 읽게 되었는데, 거기에 써있는 행원 수행법은 실로 충격적이다. 깨닫든 깨닫지 못했든 그저 부처님의 행을 따라 배우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수행이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속는 셈치고 보현행원 수행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 거실에 모신 사진 속 부처님 앞에 앉아 잠시 입정한 다음 삼보에 귀의하고, 반야심경, 천수경을 읽고, 나름대로 발원을 하고 다시 금강경, 보현행원품 일부와 광덕 큰스님의 보현행자의 서원 일부를 읽었다. 그리고는 잠깐 염불을 하고, 108배를 올리고, 다시 발원을 되풀이하고 발원의 끝에 회향의 문구를 넣고, 마지막으로 사홍서원으로 기도를 마쳤다. 경을 읽기 전에는 ‘시방삼세 모든 중생들께 이 경을 공양올리오니 모든 중생들께옵서는 이 공양을 받으시고 보리심을 일으키시어 부처님 시봉 잘하시기 발원’이라고 나름대로 발원도 덧붙였다.
그리고 또 정말 익숙하지 않고 입에서 나오지 않는 말이지만 상대를 보고 ‘고맙다, 잘했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시작했다. 막상 이런 말을 하려고 하자 흡사 태어나서 이 말들을 입 밖으로 뱉어본 적이 없었나 싶을 정도로 이 말들이 어색했다. 책으로 읽을 때는 참 쉬워 보였는데 얼마나 나만을 생각하고 내 고집만을 세우고 남의 탓만을 하며 살아 왔는지가 뼈저리게 실감이 날 지경이었다. 남에게 단순히 말만으로 고맙다, 미안하다, 잘했다고 하는 것조차도 이렇게 어렵고 힘들다니 생각과 행동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 어느 날은 하루종일 한번도 이 말을 못한 때도 있었고, 만나는 사람에게 겨우 한두 번 할까말까할 정도로 익숙하지가 않았다. 또 남이 기뻐하는 일에는 같이 박자를 맞추며 기뻐해 보았다.
또 비록 내가 아는 이야기라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하고 정말 그렇게 하기 싫지만 어쩌다 한 두 번쯤 다른 사람들의 말에 따라 주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저 사람이 내게 방편으로 오신 부처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비아냥거리던 생각들이 사라지기도 하였다. 또 내가 아는 것 얻은 것을 나누는 것이 회향이 아닐까 싶어서 열심히 인터넷을 통해서 주변 분들에게 보현행원을 알리려고 했다.
이렇게 하여 계절이 두어 번 바뀌자 참 이상하게도 아내가 절에 가는 것을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 또 아침에 경을 읽거나 염불이나 절, 그리고 부처님을 생각하거나 하면 한동안 어찌나 주르르 눈물이 나는지. 그것뿐만 아니라 갑자기 내게 친절해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내게 친절을 베풀어주고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또 토실토실한 닭이나 오리 등의 가축을 보면 군침(?)부터 돌고 그러더니 요즘엔 어찌 그렇게 예쁘고 귀엽게 보이기만 하는지. 그리고 내가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들 “눈에 띄게 건강이 좋아진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예전 같으면 “내가 할 일도 아닌데 내가 도대체 왜 해” 라고 생각되던 일들을 당하면 “내가 하자, 내가 하면 될텐데 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직도 보현행원 수행을 잘 모르는 왕초보지만 보현행원 수행은 철부지 망나니에게 이제야 철이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회사원 곽주현 씨
<2004-05-12/755호>
입력일 : 2004-05-10 15: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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