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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불광

“識은 인간 탄생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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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5.10.20 조회5,0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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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불광사와 본지가 불광 창립 32주년을 맞아 ‘과학과 생명, 그리고 불교’란 주제로 마련한 네 번째 기념강연이 지난 10월27일 불광사 교육관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에서 동국대 불교학과 김종욱 교수가 ‘불교의 생명의료 윤리’를 주제로 강의했다.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불교의 연기(緣起)를 생명현상과 관련해 설명할 수 있다. 연기는 인과 연, 즉 직접, 간접의 조건들이 끊임없이 개입한다는 뜻이다. 현생의 삶은 인과(因果)의 조건이다. 그렇다면 현생은 과거의 조건에 의해 발생된 것이므로 전생을 인정한다. 멈추지 않는 것이므로 전생과 현생, 다음 생으로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연속돼 가는 삶이 바로 우리의 생이다. 이것을 다른 종교는 ‘영혼’이라고 한다. 영혼이 내 삶의 주인이 되며 삶의 연속성을 보장한다고 한다. 서양에서 영혼이라는 개념은 바람, 숨과 관련돼 있다. 숨쉬기는 살아있는 동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숨은 바람과 통하고 이를 영혼으로 연결짓게 된 것이다.


산스크리트어 가운데 ‘아트만’이 있다. ‘자아’란 의미인 이 단어 역시 숨과 통해 있다. 삶의 연속성을 기독교는 영혼으로, 브라만교는 자아라고 표현한다. 불교에서는 ‘식(識)’이라고 한다. 영혼과 식의 공통점은 삶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식은 영혼과 같은가.

모든 종교는 사후에 대해 말한다. 기독교는 영생, 불교는 윤회를 말한다. 기독교는 영혼의 불멸을 얘기한다. 그러기 위해서 영혼은 실체가 있어야 한다. 불교에서의 식은 흘러가는 것이다. 고정되는 실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두 종교 모두 삶이 연속되는 장치가 있다는 점은 유사하지만 불교의 식은 유동하는 흐름으로서 실체가 아니라는 차이점이 있다.


식의 흐름을 불교에서는 ‘상속’한다고 말한다. 식의 상속을 갖고 생명복제를 설명할 수 있다. 생명복제는 생명의 출현과 관련 있다. 불교에서 인간의 출현은 세 가지 인연이 결합됐다고 말한다. 정(精), 혈(血), 식(識)이 그것이다. 정은 남성, 정자를 상징한다. 혈은 여성, 난자 등을 의미한다.


여기까지는 과학이지만 종교는 하나를 더 추가한다. 기독교는 영혼을 덧붙인다. 그 영혼을 내린 것은 신이며 그 때문에 부여자의 허락 없이 인간이 작위적으로 생명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불교는 식이 더해진다. 정과 혈과 식이 연기법적으로 화합해 비로소 탄생하는 것이라고 본다. 정자와 난자 그리고 식이 합해야 생명을 가진 인간이 생겨난다는 것은 부여자가 필요 없는 것을 의미한다. 인연 따라 전생의 업을 따라 간다는 것으로 철저하게 자업자득의 문제일 뿐이다.


정.혈.식이 만나 인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이 수정이다. 최근 배아줄기세포 복제가 문제가 됐다. 수태가 수정을 의미하느냐, 착상을 의미하느냐에 따라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교의적으로 수태는 수정을 의미한다고 봤을 때, 정.혈.식이 만나 인간이 시작된 상태이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최근 미국 언론보도에 의하면, 복제관련 최신 기술로 수정란이 8개로 분화할 때 그중 하나의 세포를 떼어내 복제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미국 가톨릭계는 반대했다. 이것 역시 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불교 입장에서는 수정 당시 이미 식이 임한 상태에서 8개로 분화된 세포 하나하나에도 식이 들어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60조개의 세포로 구성된 인간에게 60조의 식이 있을 것인가. 식은 실체적인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불교인이라면 인간 배아복제의 금지를 주장하며 동시에 식용이건 실험용이건 동물의 살상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인간중심적인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존재 모두가 존귀하고 자기 행위에 대한 인과법을 분명히 믿는 태도가 확산됐을 때 생명윤리에 대한 논의의 진정한 의미가 구현될 것이다.


정리=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전체 강연 내용은 본지 홈페이지(www.ibulgyo.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불교신문 2275호/ 11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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