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조작은 생태계 배제한 인간욕망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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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5.10.20 조회5,083회 댓글0건본문
서울 불광사와 본지가 불광 창립 32주년을 맞아 ‘과학과 생명, 그리고 불교’란 주제로 마련한 세 번째 기념강연이 지난 10월25일 불광사 교육관에서 열렸다. 150여명이 참석한 이날 강연에서 서울대 수의과 우희종 교수〈얼굴 사진〉가 ‘생명조작에 대한 연기적 관점’에 대해 강의했다. 우 교수는 “불자라면 생명조작의 최종결과가 연기적 관점에서 인류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고, 욕망 충족에 전념하는 과학의 연구방향에 대해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는 다양한 문화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앞서 진행된 두 개의 강연만 봐도 과학 곳곳에는 부처님 가르침이 숨어있다. 과학을 불교적이라고 말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문화로서의 과학과 종교로서의 불교는 사뭇 다르다. 과학이 사물의 이치를 다루고 사실에 기초한다면, 불교는 진실을 대상으로 한다. 과학은 지극히 유물론적이며, 불교는 연기적 관점에서 사물을 본다.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욕망에 대한 시각이다. 과학은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불교는 욕망을 버리라고 가르친다.
이종간 장기개발은
신종 질환 낳을 수도
緣起를 무시한 오만
인간에 더 큰 禍불러
그렇다면 생명과학은 어떨까. 생명과학의 발달은 난치 및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인류에게 희망을 전해준 학문이다. 오늘은 그동안 불교가 연기적 관점에서 찬성한 생명조작의 구체적인 현황과 실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생명조작은 과연 연기적일까.
현재 우리에게 대두되고 있는 생명조작에 대한 현황을 살펴볼 때,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인간 자체에 대한 조작으로, 배아줄기세포 조작과 이에 따른 배아복제 및 치료용 장기개발이다. 둘째는 인간과 자연계의 경계로서 형질전환동물을 이용한 이종 장기개발, 그리고 세 번째는 형질전환 동식물을 통한 유전자조작 작물(GMO)이다.
우선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살펴보자. 줄기세포란, 미분화 상태의 세포로 스스로 분열.복제할 수 있으며, 개체의 발달 시기와 위치하는 장소 등에 따라 서로 다른 다양한 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세포들을 말한다. 줄기세포는 크게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로 나뉘며, 배아줄기세포는 다시 수정란 및 핵치환 배아줄기세포로 나뉘게 된다.
배아줄기세포는 이론적으로 인체의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난치 및 불치병 환자에게 필요한 정상적인 세포를 무한정 생산해 치료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필요한 장기도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핵치환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핵을 제공한 환자의 몸에 들어가도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이 방법은 인간복제에 대한 우려와 건강한 여성의 난자가 필요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배아줄기세포를 치료용으로 사용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먼저 종양의 발생이다. 이는 줄기세포가 생체에 이식된 후 그 증식을 조절하지 못해 암이 되는 경우다. 암과 줄기세포의 차이점은 하나다. 정상세포는 일정정도 성장을 하면 멈추지만, 암은 그렇지 않고 끊임없이 증식한다. 줄기세포의 경우 생체에 이식된 후 주변 세포와의 관계를 무시한 채 끝없이 증식하면 암세포로 전환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식된 줄기세포가 살아남지 못하고, 면역거부반응에 의해 사멸되는 경우다. 모두 부처님이 말씀하신 연기, 즉 주위와의 관계성이 무시된 결과다.
다음은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한 이종장기의 개발현황에 대해 설명하겠다. 통계에 의하면 2000년말 미국에서만 7만3000명의 환자가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등 장기에 대한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오래전부터 원숭이, 유인원, 돼지 등을 연구해왔지만 면역 현상에 의한 장기이식 거부반응에 의해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수요를 고려해볼 때 현대사회에서 이식이 가능한 이종장기의 확보는 2020년이면 국내시장에서 1조2000억 규모의 고수익 사업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장기개발사업을 차세대 10대 동력사업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病은 스스로 지은 業
무상.무아의 관점서
주변 種과 어울리게
연구방향 재검토를
일부에서 사람의 유전자를 이식한 돼지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이종장기가 대체장기로 개발되기에는 요원하다. 장기이식 거부반응에 관여하는 면역세포나 면역물질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고, 초급성 거부반응에 관여하는 세포나 물질도 수십 가지가 넘는 현실에서 실용화는 더욱 어렵다. 내인성 바이러스로 인한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사람을 포함한 자연계 내의 동물은 모두 자신에게 적응돼 유전자 내에 들어가 있는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숙주에게는 해가 되지 않지만, 이식한 장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어 더 위험하다.
이종장기 개발에서 간과되고 있는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과연 이식된 돼지 장기에 감염된 돼지의 병원체는 체내에 있는 돼지장기의 기능만 파괴하고 끝날까. 생물체의 역동적인 관계를 생각해보면 단순히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종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치명적인 신종인수공통질환을 유발할 확률이 높다. 인간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조류독감과 광우병, 에이즈는 여기서 비롯된 것들이다. 조류독감은 조류에 감염하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될 때 나타난 것이고, 광우병은 사료로 양의 내장을 먹은 소에서 발병하고, 이 소고기를 먹은 인간에게도 전염된다. 이밖에 사스는 고양이, 에이즈는 원숭이에서 시작돼 인간에게 전염된 것이다. 치명적인 질환을 발생시킨다는 위험 때문에 호주 등에서는 개인 임상실험조차 금지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이종장기개발을 국책사업으로 채택하고 있는 국가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생산되는 작물 역시 위험을 부른다. 세계의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보다 우수한 품종을 생산하기위해 시작된 GMO의 생산은 현재 콩, 옥수수, 쌀로 확대됐다. 외에도 사람의 성장유전자를 지닌 돼지, 유방염에 잘 안걸리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소 등이 만들어졌고, 광우병 내성소도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GMO가 주위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고, 장기간 섭취한 사람이나 가축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충이나 제초제에 저항성을 갖고 있는 작물의 유전자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면, 슈퍼잡초와 슈퍼해충이 탄생하는 등 돌연변이가 출현 생태계는 파괴된다. 인간 역시 식품에 의한 항생제 내성균을 갖게 될 것이다. 방사성은 세월이 지나면 줄어들지만, GMO는 그렇지 않다. 생물체의 특성상 번식하기 때문에 더욱 증식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 누구를 위한 연구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GMO를 연구하는 다국적기업의 대의적 명분은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간다는 제3세계의 사람들을 위해 대량의 농산물을 생산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GMO 개발에 투자하는 비용을 지원비로 전환한다면, 식량난을 해결될 수 있다. 사실 엄밀히 따져보면, 오늘날 제3세계의 식량난은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식량의 편중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일부 다국적기업에 의한 GMO 연구는 전 세계 식량을 독점, 부와 식량의 편재를 더 부추길 것이다.
이처럼 현대 생명공학의 대표적인 생명조작인 배아줄기세포연구, 이종장기개발연구, GMO 개발연구 등은 철저하게 생태계를 배제한 인간 위주의 접근으로, 연기법을 무시한 것이다. 연기적 세상은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열린 관계 속에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펼쳐진다. 부처님은 어느 특정 집단만의 폐쇄된 모습이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전체적 실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런 연기성을 무시한 인간의 오만은 반드시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특히 이종장기 개발에 의한 신종 전염병의 출현 가능성은 현재에도 우리 사회에 등장하고 있는 많은 신종 질병들을 고려할 때 막연한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처럼 철저한 검토 없이 인간위주로, 단순히 막대한 부의 창출이 가능하다는 식의 발상으로 국책산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종장기 개발은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
난치나 불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위해 이종장기를 무조건 환영하는 것은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 인간에게 필요한 대체장기를 개발하기보다, 환자에게 부족한 소량의 대체세포를 만들어내는 정도의 세포치료 수준에서 마무리해 변종 병원체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또 불자라면 장기개발 과정에서 희생되는 동물의 생명권 문제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장기기증문화를 확대하는 것 역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자기조직을 증식시키는 것이나 의공학적으로 접근해 대체 장기를 개발하는 것도 좋은 예다. 그러나 이는 고통과 죽음에 대한 사회적 또는 문화적인 인식의 변화를 통해 가능하다. 지금까지 언급한 세 가지 생명조작은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불교적 관점에서 볼 때 병은 업의 소산이기 때문에, 자신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생명의 존엄성을 따져본다고 해도, 과학에 의해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삶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요즘 ‘과학기술에 의한 테러’라는 말이 공공연히 쓰인다. 특히 과학기술에 대한 충분한 인증과 검토 없이 일부 실험실 내의 연구결과만으로 특정사안을 이해하는 경우인데, 무균대지나 황우석 박사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일부의 성공이 실효성을 갖는지 알지 못한 채, 사람들은 과학을 신봉하게 된다. 이 때부터 과학의 종교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강연을 계기로 불자들은 과학을 무조건 옹호하기보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언론의 보도나 정부의 발표를 맹신하는 것 대신 최종결과가 연기적 관점에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비칠지 먼저 살펴보고, 욕망충족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가는 과학의 연구방향을 무상(無常)의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리=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 전체 강연 내용은 본지 홈페이지(www.ibulgyo.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불교신문 2274호/ 11월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