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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호 서울대 교수 ‘물질개념과 空’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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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5.10.20 조회5,0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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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불광사와 본지는 불광 창립 32주년을 맞아 기념강연 ‘과학과 생명, 그리고 불교’를 개최하고 있다. 기념 강연은 오는 11월3일까지 매주 수.금요일 오후 7시부터 불광사에서 열린다. 지난 20일 두 번째 강연에는 조원호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가 ‘물질개념과 공(空)’을 주제로 강의했다. 내용을 소개한다.



과학은 지식 또는 앎이라고 하는데, 과학의 지식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사실’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태양은 지평선 위로 올라온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은 사실이다. 또 ‘개념’이 있어야 한다. 속도라는 개념을 보면, 단위시간 동안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를 측정한 값이다. ‘사실’은 그냥 받아들이면 되지만 ‘개념’은 우리가 만든 것이다. 다음에 ‘법칙’과 ‘원리’가 있어야 한다. 또 ‘이론’과 ‘모형’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학은 정확한가. 어떤 대상에 대한 관찰 결과가 없으면 과학은 성립되지 않는다. 관찰 결과로부터 법칙을 만든다. 관찰 결과는 측정 장치와 관찰자가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인 인지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즉 관찰 결과로부터 도출된 법칙 즉 과학은 절대적일 수 없다. 과학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모든 과학적 진리 ‘금강경’에 있어”


“순간 생각이 무량겁”…시간 개념 초월해


“동쪽하늘 크기 가늠못해”…공간도 부정


19세기에서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과학이 크게 발달해 모든 현상을 해석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과학만능주의, 과학절대주의가 팽배했다. 종교도 맥을 추지 못했다. 불교의 공(空)사상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런데 그 이후 과학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물질을 살펴보면 분자로 구성돼 있다. 분자를 쪼개면 원자가 나온다. 원자는 더 이상 자를 수 없는 물질의 근본요소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과학이 발전하면서 원자는 다시 양자와 중성자와 전자로 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현대물리학이 발달하면서 1950년대 이후 이것보다 더욱 물질의 근원이 되는 입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을 소립자라고 불렀다. 물질이라면 무게가 있어야 하지만 소립자는 어떤 상태에서는 무게를 갖고 있다가 어떤 상태에서는 무게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근래에는 소립자에 대칭되는 반입자라는 것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입자와 반입자는 각각 무게가 있지만 둘이 합쳐지면 무게가 없어지고 사라지는 특성이 있다. 이것은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색즉시공’이다. 색이 있다가 조건에 따라 없어지는 현상을 현대물리학에서 증명한 것이다.


야구선수의 예를 들면, 투수가 던지기 전에는 어디로 던질지 모른다. 던질 때만이 비로소 알 수 있으며 던지기 전에는 가능성만 알 수 있다. 단지 확률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자연현상은 가능성만 존재하는데 관측자와 관측 장치를 들이댐으로써 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측정하기 전에는 모르며 가능성만 존재한다. 이 상태가 바로 공이다. 어떤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만 존재하는 상태다.


이는 측정과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프리즘에 무색광을 넣으면 무지개색이 나온다. 이것은 프리즘이라는 장치를 갖다대기 전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지만, 장치를 대니 색깔이 나온 것이다. 그 전에는 가능성만 존재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 측정장치가 바로 ‘일체유심조’다. 모든 것이 마음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측정장치인 눈, 코, 입을 갖고 있다. 이 모든 측정장치가 없다면 살아있는 사람도 없는 것이다. 지금은 내가 죽어도 장치를 가진 사람이 많이 있으므로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모든 것은 허상이지 실상이 아니다. 일체유심조라는 표현은 정확한 진리다. 우리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구상에 있는 모든 인지되고 감지되는 감각 즉 측정장치가 없어진다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 인식이 얼마나 부정확한지 알아보겠다. 우리는 주관과 객관을 분리해서 생각한다. 이것은 모순이다. 한 조실스님이 공부하는 수좌에게 “방에 가서 비었는지 보고 오너라”라고 말했다. 수좌가 보고 오더니 “방이 비었다”고 말하자 조실스님이 방망이로 내리쳤다. 수좌가 빈 방에 들어간 순간부터 그 방은 빈방이 아니다. 주관을 갖고 객관을 봤기 때문에 모순이 생긴 것이다. 이를 깨우치기 위해 한 대 때린 것이다. 정확하게 묘사하기 위해서는 자기라는 생각을 버리고 들어가면 된다. 주관과 객관이 분리되면 진실에 들어갈 수 없다.


이미 2600여 년 전 부처님은 주관과 객관을 분리하지 말아야 참다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정리하자면 〈금강경〉에 모든 진리가 들어있다. 이 경전은 시간개념을 부정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가진 시간에 대한 생각은 틀렸다며 부정한다. ‘과거의 마음도 알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알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알 수 없다.’ 현재는 벌써 지나갔으므로 알 수 없다. 법성게의 ‘순간 생각이 무량겁(一念卽是無量怯)’이라는 가르침은 시간개념을 초월하라는 것이다.


공간개념도 부정한다. ‘동쪽에 있는 하늘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느냐. 할 수 없습니다’라는 경구가 증명한다. 또 중요한 것은 주관과 객관을 분리하지 말라고 가르친다는 것이다.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을 없애라. 법상과 비법상도 없애라’는 경구가 대표적이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 주관과 객관을 분리하는 것을 부정하고 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 수행을 하는 것이다. 아상 등을 없애기 위해 무주상보시를 통한 보현행원을 실천해야 한다.


정리=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전체 강연 내용은 본지 홈페이지 동영상 코너(www.ibulgyo.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불교신문 2273호/ 10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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