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철대오(廓徹大悟) 못해도 책읽기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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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5.10.20 조회5,625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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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철대오(廓徹大悟) 못해도 책읽기 중요”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 사진=김선규기자
한국 도심 포교당의 효시이자 대표격인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이 하는 일은 다양하다. 스님이면 누구나 해야 하는 공부와 수행은 기본이다. 여기에 대규모 도심 포교원의 회주로서 해야 할 사찰 행정과 경영, 신도 관리 및 교육 따위의 일들이 추가된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들도 여러 가지다. 환경정의와 인드라망생명공동체 공동대표를 맡는 등 스님의 위상에 걸맞은 대사회 활동도 활발하다. 이쯤 되고 보면 스님의 일상 또한 여느 사람보다 훨씬 바쁠 수밖에. 하지만 이런저런 일로 바쁜 스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신도들의 교육, 즉 신도들의 수행지도를 꼽았다.
한때 한국의 대표 사찰이라 할 조계사 주지를 맡은 적이 있던 그는 “신도들에게 수행을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종교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자, 향후 포교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드시 확철대오(廓徹大悟·철저하게 크게 깨달음)를 하진 못한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성찰하고 삶을 제대로 꾸려가기 위해서는 수행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지홍 스님이 주로 읽는 책들도 신도들의 수행지도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이 될 수밖에 없다. 불교의 수행 관련 책들은 넘친다. 참선, 염불, 간경, 주력, 기도, 절, 육바라밀 등 수행법만 해도 손가락이 모자라고, 불교의 수많은 경전과 조사 어록들이 모두 수행과 관련된 책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런 책들이 모두 스님의 독서 대상이다. 문제는 불교경전들이 일반인들이 읽기에 만만치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스님의 독서 범위가 불교 관련 책에만 머물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스님은 대중들이 즐겨 읽는 스테디셀러나 베스트셀러 가운데서 수행을 지도하는 데 유용하게 쓰는 책을 흔히 발견한다고 말한다. 그 중 최근에 주목한 책이 ‘핑 - 열망하고, 움켜잡고, 유영하라!’(스튜어트 에이버리 골드 지음, 유영만 옮김, 웅진윙스)와 ‘인생수업’(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류시화 옮김, 이레)이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연못을 찾아 떠나는 개구리의 이야기를 담은 ‘핑’은 수행 지침서로도 훌륭합니다. 더 나은 삶을 향해 불확실성과 위험을 무릅쓰고 떠나되, ‘지금 여기에’ 충실하라는 책의 내용은 ‘나도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면서 수행자를 발심하게 하는 책으로 매우 좋습니다.”
이에 비해 ‘인생수업’은 수행의 목표를 이야기한 책으로 손색이 없다고 스님은 말한다. “수행의 목표를 어렵게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며 현재의 삶을 잘 살고, 사랑과 관계에 대해 배우라는 이야기입니다. 책은 이야기합니다. 살고 사랑하고 웃으라. 그리고 배우라….”
스님에 따르면 진정한 꿈을 찾아 떠난 가슴 뛰는 여행, ‘핑’과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 그것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인생수업’의 내용은 결국 다른 게 아니다. 기회이자, 아름다움이고, 놀이인 삶은 가능하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 그것을 하라. 그게 수행이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