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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 위기는 불교 위기,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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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11.07.25 조회5,9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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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 위기는 불교 위기, 정비해야 한다”
이덕진 교수, 제6차 광덕 사상 학술연찬회서
“의례와 종교 함수관계는 종교 힘 보이는 징표”

“불교의례가 시대 흐름에 맞지 않고 대중 정서에 부합되지 않는다. 불교의례 위기는 곧 불교의 위기이며, 불교의식(佛敎儀式)의 혼란은 ‘불교의식(佛敎意識)의 혼란을 야기한다.”

이덕진 창원문성대 교수는 지난 23일 오후 서울 불광사 불광연구원이 주최한 제6차 광덕사상 학술연찬회에서 ‘광덕 스님의 의례 개혁과 한글화의 의의’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재 불교계의 모든 위기가 의례의 문제에서 야기된 것은 아니고, 의례 정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상당부분 서로 엮어져 있다며 의례 한글화 정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덕진 교수는 이봉춘 동국대 교수의 “불교의례는 불교의 궁극적 가치와 진리 유지와 영속, 개인과 집단의 불교적 신앙심 강화와 재확인, 불교적 신념과 행위를 통한 구성원간의 결합, 불교공동체의 상징적 통일, 공동체 의식의 활성화 등 역할을 가진다”는 의견을 재확인했다.

이어 그는 “종교의례가 공동체 구성원의 종교적 체험이 외적 형태로 드러나는 정형화된 행동이자 실행적이고도 상징적인 표현행위라고 설명한다면 <석문의범> 등을 포함한 근대불교 의례서들은 불교적 세계관이 그대로 드러난 문헌”이라고 평가했다.

통과의례는 크게 상장례와 재례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 혼례는 일반적으로 서구식을 따르고, 상장례는 전통적인 유교식과 불교식이 혼합되어 행해진다. 하지만 엄격히 보면 상장레와 재례는 사십구재를 제외하고는 유교식으로 치러지는 게 일반적이다. 결국 우리사회에서 불교식 의례는 없는 것이다.

가통릭과 개신교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상장례와 재례에서 육교식을 벤치마킹해 독자적인 통과의례를 만드는 과도기적 경향을 보인다.

이 교수는 “문화가 가진 힘을이 잘 드러나는 것이 통과의례”라며, “통과의례와 종교와의 함수관계는 그 종교의 힘을 보여주는 하나의 징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불교의례는 제 종파의 ‘공존’과 ‘혼융’의 양상으로 존재한다고 이 교수는 보았다. 그는 억불숭유기 조선불교는 민중의 끈질긴 싱앙과 눈 푸른 납자들의 치열한 수행으로 고집스럽게 맥을 이었다. 그 결과 현재 한국불교의 특징인 ‘신행’과 ‘신앙’이 변존하는 것이라고 이 교수는 보았다. 불교의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불교의례의 공존과 혼양 이유는 △불교가 성리학이 지닌 종교적 한계 보완 역할을 한 점 △밀교 진언지송 중심 의례로 진행이 가속화된 점 △종파적 구분이 모호해 제종공존적 양상 두드러짐 △독자적 예불의식문이 없는 밀교가 정토계나 화엄계 예불문에 진언 등 삽입 등을 꼽았다.


불교의례의 한글화는 불교계의 도성출입금지가 해제된 직부부터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교의례 한글화는 진행형이다. 이날 이 교수는 만해 스님과 용성 스님, 안진호 스님의 의례개혁을 비교분석했다.

우선 이 교수는 만해 스님 의례 개혁은 이상적이자 이론적이고 급진적이라고 평가했다. 만해 스님의 의례개혁은 <조선불교유신론>에 담겨있다. 만해 스님은 “조선에서 행하는 불교의 의례가 매우 비열하고 질서가 없으니 모두 폐하여 하나의 간결한 의식으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스님은 여기에 범패, 사물, 작법, 예참 및 기타 재공양의 의식과 대령, 시식 등 제사 때 예절, 사시불공 조석예불 염송 송주 등 평시 의식 모두를 폐하자고 만해는 주장했다. 이유는 모든 의식이 기복의식이어서 폐지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만해의 의례개혁의 핵심은 의례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정신을 회복하자는 것과 대상과 방법을 개혁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만해의 의례개혁은 “이상적이자 이론적이고 급진적”이어서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한다. 하지만 이 교수는 “만해 스님의 대안들은 21세기 현재 한국불교에서도 유용한 방안”이라며 “한국불교는 현실적으로 만해 스님의 시대와 비교해볼 때, 답보의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교개혁만이 현대사회를 계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해의 주장은 여전히 당위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명 이 교수는 용성 스님의 의례개혁은 “이상적이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비주류의 개혁이어서 현실적으로 확산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용성 스님은 대각교 운동을 통해 불교개혁을 주창했다. 용성 스님의 의례개혁은 스스로 ‘불교의식집의 한글화 작업’을 추진해 <대각교 의식>이라는 책을 낸 것이다.

스님은 “아무리 좋은 염불이라도 불자들이 그 뜻을 알지 못하면 그 의식에 참석한 대중들은 무의미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불공 시식 염불 등을 한글로 번역해 <대각교 의식>을 펴낸 것”이다. <대각교 의식>은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한자의 원문을 넣지 않고, 전체를 한글로만 작성하여 우리말로 된 경전을 읽듯이 했다. 또 음률과 리듬에도 신경 썼고, 각종의식을 완전 한글화했고 기존의식들을 혁신적으로 간소화하고 있다.

이 교수는 안진호 스님의 의례개혁에 대해서는 만해와 용성에 비해 지나치게 전통적인 의식의 복구와 체계화에 전념해 현실중심의 수구적 개혁으로 평가했다. 안진호 스님의 의식개혁의 핵심인 <석문의범>이 오늘날까지 불교의식문의 모범이자 규범으로 평가되고 있어 사실상 주류의 개혁으로 본 것이다.

개혁은 근대한국불교의 생존의 문제였다. 그중 의례개혁은 그 중심에 섰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한용운 백용성 이능화 권상로 등의 개별적 의례개혁이 <석문의례>의 발간으로 종식됐다고 그는 보았다.

<석문의범>의 특징은 불교의 현대화와 생활화 문제를 나름 고민했다는 점이다. 기존 의식집에 보이지 않는 화혼식이 삼입되고, 매우 뚜렷하게 선과 교를 구분해 그 체제에 맞춰 구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석문의범>이 생각보다 문제가 많다고 말한다.

이유로 “<석문의범>에는 불교 본래의 교리에 충실한 무아설적 요소가 많이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영의 불멸성을 말하면서 영가의 극락정토를 기원한다는 것”이다. 또 “제행무상설, 영의 불멸성, 그리고 극락정토설이 한자리에서 설해지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이 밖에도 ‘대상의 변별력이 모호하고, 유심정토사상과 서방정토사상이 나란히 설명되는 점 등이 원칙도 없이 혼재돼 있는 사례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럼 이처럼 교리적 점검이 되지 않은 무원칙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1차적 원인을 한국불교의 통불교적 성격에서 찾았다. 또 한국불교의 신행과 신앙 측면이 섞여있고, 상층사회 포교기반을 잃고 일반 대중에 의례불교가 성행한 점을 꼽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민중에 대한 무시, 더 나아가 우민화와도 관련있을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또 가장 현실적 이유는 “한국불교에서 의례가 무엇보다도 자의적인 것에 원인이 있다”고 그는 보았다.

이 교수는 <석문의범>이 시대와 맞지 않는, 교리 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불교의 정체성을 담지 못한 의례집으로 지나치게 수구적인 입장의 서술로 보았다. 한 마디로 불교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안진호 스님의 <석문의범>은 의례개혁이라고 볼 수 없고, 조선시대의 여러 불교의식문의 조합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만해 용성의 변혁의 이상도 담아내지 못했다는 혹평이 나오고, 또 현대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정체성, 교리의 상충, 불교의례의 현대화, 간소화, 대중화, 한글화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할 배경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근대불교 시기에 해결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해방이후 까지 존속되면서 의례개혁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악순환의 계기를 만들어, 결국 <석문의범>은 의례의 단순한 복고적 정비 정도라는 비판을 받는다는 것”이다.

근대불교에서 끄태지 못한 의례개혁은 결국 현대에 와서도 개별적 노력에 의해 개혁이 추진됐다. 종단차원의 개혁은 아니었다. 그 대표적 사례가 광덕 스님의 <우리말 법회요전>이다.

이 교수는 광덕 스님의 <우리말 법회요전>의 특징을 △의식의 간소화와 생활화 △모든 의식 한글화 △재가대중이 의식 진행 주역 등장 △상재례 재가의식 확립 △포살법회 대중화 △재가불교 운동 전개 △의례형식의 일관성과 뚜렷한 이념이 담긴 편찬 △근대불교 의례개혁의 미진했던 과제 해결 등으로 꼽았다.

광덕 스님의 의례개혁의 이유는 의식이 한글화 되면 △의식이 대중화 생활화되고 △승려들이 전문적 사제업무를 완화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님들이 수도와 전법자의 위치로 돌ㄹ가고 의식은 재가자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광덕 스님은 재가대중을 의식의 주역으로 세우겠다고 선언한다. 이를 위해 스님은 ‘연화부’라는 재가 대중들의 의식 전담 그룹을 편성하고 인재를 선발해 의식훈련을 조직적으로 실시했다는 것이다. 재가자들이 목탁을 잡는 것도 거부하는 현실에서 가히 혁명적인 것 사건이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사례들을 분석하고 “지금까지 불교학 연구는 지나치게 교리나 이론에만 치중해 있다”며 “상장례 문화와 관련된 일은 가장 생산성이 높은 불교식 벤처사업이나 불교식 산학협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과의례와 종교와의 함수관계는 곧 그 종교의 힘을 보여주는 하나의 징표가 될 수도 있다”며 “통과의례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 종교가 얼마나 기여를 하는가 하는 것은 그 종교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종교의 생명력과 영속성을 만 천하에 게시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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