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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꿈꾸는 불자 학생
참선수행 배워 안정 찾아
지금은 사법연수원서 공부
몇 년 전, 대학생 포교를 위해 마음을 냈다. 20년 전 서울시립대학교 불교학생회 법회를 진행한 경험을 살려 대학생 불교학생회를 도와주고 싶어서다. 그래서 한양대학교 불교학생회를 지도하기 시작했는데 막상 다가가니 세대차이가 났다. 사용하는 언어부터 달랐다. 조카 같은 법우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잘 안됐다. 그래도 청년법회를 한다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왠지 어려웠다.
내 생각부터 변화시켜야 했다. 젊은 대학생들의 근기에 맞는 눈높이 교육을 해야 했다. 유행하는 책, 언어, 문화, 환경 등을 공부했다. 잠시 나도 젊어지는 듯 했다. 어리고 젊은 불자들에게 불교는 접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했다. 엄숙하고 경건한 법회의식도 중요하지만 가까이 가기 위해선 형태를 벗어나 핵심을 잘 전달해야 했다.
매주 평일 하루를 정하고, 오후 일과 수업이 끝난 저녁에 법회를 보게 된다. 학업스트레스에 지친 청년들이 부처님 법을 배우고자 찾는 법당은 어떤 모습이여야 하나 고민했다. 우선 법당이라고는 하지만 편안한 방이 되어야 한다. 시험기간에는 독서실도 된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를 수도 있고, 컴퓨터를 통해 리포트도 정리하며 게임도 하는 PC방도 된다. 참선방도 되고, 차담실이 되기도 한다. 단순히 법회만 보는 공간이 아니다.
개강법회를 할 때는 신입생 불자들이 많이 보인다. 선배들이 잘 챙겨야 한다. 중간고사나 기말시험이면 법회에 많이 못 나온다. 시험 잘 보라고 기도만 해줄 때도 있다. 등록인원은 40여명이나 보통의 법회 때 한양대학교 불교학생회는 5∼10명 남짓 참여한다. 숫자가 적은 듯해도 유동 숫자가 많다. 사실 법당인 동아리방도 작기 때문이다.
대학생에게 불심을 키우는 방법은 고민을 해결해주고 사회에 나아가 원만한 삶을 살게 유도하는 것이다. 젊지만 스트레스는 많은 듯하다. 언젠가 고민을 토로하는 법우가 있었다. 법조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김지민 법우였다. 그는 사법고시 2차를 치르고 발표 전 당락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양대학교 법학과에서 나름대로 잘 나간다고 소문이 난 학생이지만 발표되기 전 결과에 대한 희비가 수시로 떠오른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참선을 가르쳤다. 깊은 호흡으로 한 생각에 일으키라고 일러두었다. 복잡한 생각을 내려두라고 했다. 현명한 판단을 할 거라 믿었다. 얼마 뒤 점점 마음에 안정을 찾기 시작했단다. 발표가 임박할 때쯤 그는 도인은 아니었으나 마음을 모두 비운 듯 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은 간데없고 느긋함만 자리하고 있었다. 3차 면접까지 모두 마치고 사법연수원에 들어갔다. 짬짬이 시간을 내어 동아리방인 법당과 나를 찾아와 수행점검을 하며 신심을 키워 나갔다. 불퇴전의 정진으로 학업과 신행을 모두 갖추어 나아간 것이다.
지금은 사법연수원에서 지내고 있다. 차후 진로를 검사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목표는 삼되 욕심은 내지말라고 했다. 욕심으로 된 검사는 국가나 사회에 득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산다. 그러면 나중에 좋은 결과가 되리라 믿는다.
어리고 젊은 학생들에게는 불교가 무겁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좋은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진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삶을 바로 잡아준다. 그들에게 좋은 길을 가도록 인도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대학생과 같이 고학력자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심어주면 더 큰 소임자로서 세상을 바꿀 것이다.
대학생들과 함께하면 나도 젊어지고 불교도 젊어질 것이다. 올해도 개강법회를 앞두고 그들과 함께 기도를 해야겠다.
[불교신문3077호/2015년1월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