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신문][구담 스님의 카메라 너머 세상] 5. 인도 VS 파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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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25.03.08 조회1,088회 댓글0건본문
크리켓 공에 담긴, 화합 향한 염원
크리켓으로 인도‧파키스탄의
갈등 상황을 조명하는 영상물
카슈미르가 양국 긴장의 핵심
영상 보며 양국 간 평화 염원
지난 2월 ‘인도 VS 파키스탄’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 화면을 장식했다. 영화의 내용보다 제목이 전달하는 정서적 익숙함 때문에 ‘불교 다큐멘터리인가’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시리즈 3부작을 시청하게 됐다. 그런데 작품은 예상과 달리 두 국가 간의 뜨거운 크리켓 라이벌전 사(史)를 추적했다. 그 속에는 한일 간 스포츠 국가 대항전 이상의 관심과 열띤 응원이 있었고, 양국을 지탱해 온 복잡한 정치·종교적 함의가 서려 있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크리켓을 설명하겠다. 우리에게는 낯선 스포츠이지만 ‘야구의 할아버지’로 통하는 종목으로, 알고 보면 세계에서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다. 특히 영국 연방 국가와 남아시아권, 과거 영국의 영향 아래 있었던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는데, 인도와 파키스탄은 크리켓 대항전으로 서로의 아픔과 설움을 달랜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단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서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원래 인도라는 이름의 한 나라였다. 하지만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의 종교적 갈등이 격화하며 지금처럼 갈라지게 됐다.
양국 간의 큰 문제는 카슈미르 지역을 둘러싼 갈등이다. 현재 카슈미르에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 접경지역의 경계선은 국경선이 아니라 통제선(Line of Control; 실효지배지역의 경계선)에 불과하다. 마치 38선, 군사분계선에서 총부리를 내려놓은 채 쉬고 있는 휴전 상태의 한반도를 보는 것처럼, 국제사회는 핵보유국인 두 국가의 대립을 보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더 아쉬운 점은 카슈미르가 수많은 불교 구법승이 서역에서 천축(인도)으로 향하던 불교의 성역이라는 사실이다. 그곳은 그리스와 아시아의 만남인 헬레니즘의 길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구법에 대한 현장, 혜초 스님의 비장함을 지니고 있다. 그런 불교 순례의 성역이 현재 전쟁의 함성으로 뒤덮여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어느 날 ‘금강경’을 읽고 마음이 밝아진 혜능이 5조 홍인 화상을 찾아 부처 되는 법을 물었다. 그러자 5조 대사는 “그대는 영남사람이요, 오랑캐 출신이니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이에 혜능은 “사람에게는 남북이 있으나 불성에는 남북이 없습니다. 불성에 무슨 차별이 있겠습니까?”라고 응수했다.
그렇다. 불성에는 귀천도, 차별도 없고 모든 것이 평등하다. 오직 불성무남북(佛性無南北)일 뿐이다. 아마도 카슈미르인들은 말할 것이다. ‘우리는 자유와 평등을 원할 뿐이다!’
나는 화면의 작은 크리켓 공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화합하지 않는 자, 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