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9월, 사찰도서관서 독서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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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교육원 작성일2015.09.08 조회5,701회 댓글0건본문
서울 불광사, 길상사도서관
1만 장서, 체계적으로 정리
수행공간 및 쉼터로 활용돼
조계종 불서 저변확대 위해
연 1~2곳 사찰도서관 지원
외형 갖춘 도서관 많은 반면
책읽기 모임 미비해 아쉬워
사찰도서관은 조용하고 쾌척해 공부하는 불자들에게 더 없이 좋은 신행공간이다. 1996년 설립돼 9000여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는 불광사 도서관은 월평균 200여 명이 찾아온다고 한다.
가을기운과 함께 독서의 계절이 다가왔다. 독서의 달인 9월, 전국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행사로 책읽기를 유도하고 있다. 신간은 넘쳐나는데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드는 게 요즘이다. 2013년 통계청 독서인구 조사에 따르면, 만13세 이상 독서인구 비율은 62.4%로, 한
사람이 1년 동안 읽는 책이 11.2권에 불과하다. 한 달에 한 권도 채 읽지 않는 셈이다. 그나마 10대의 독서비율이 80.9%로 가장 높고,
60대 이상은 28.9%인 것을 보면 나이가 먹을수록 책과 멀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외인 곳이 있다면 사찰도서관이다. 40~50대가 신행의
주축을 이루다보니 사찰도서관을 찾는 이들은 여타 도서관보다 연령대가 높다. 불서는 물론 다양한 책들을 찾아보며 독서삼매에 빠진 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8월30일 찾아간 서울 불광사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일요일 오전, 도서관에서 한 불자가 요약노트까지 정리해가며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얼마 뒤 자녀에게 줄 책을 빌리러 온 어머니가 다녀가고, 책 반납 후 새 책을 빌려가는 이도 있다. 어린이법회를 끝낸 초등학생도 도서관에
와 조용히 책을 꺼내 읽었다. 짧은 시간 동안에도 이용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을 제외하고 법회나 재일이면 공휴일에도
문을 여는 도서관은 월 대출자가 평균 200여 명으로, 이용자 수는 그 이상이다.
불광사 도서관은 사찰도서관 중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1996년 10월 처음 문을 열었다. 불광교육원 3층 건물에 위치해 있는데,
장서는 총 9616권으로 불교관련 서적은 절반이 넘는 5458권이며, 어린이 도서도 1451권에 달한다. 사찰도서관으로는 드물게 십진분류법을
도입해 총서부터 종교 문학 등 체계적으로 분류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도서관에서 독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신행상담과 포교도 이뤄지는데 초심자의 경우 어떤 불서를 읽어야 하는지 문의하고, 불교대학 재학생이나
강좌 수강생 중에는 자신의 관심사를 얘기하며 책 추천을 부탁하기도 한다. 스님의 역할을 도서관에서 대신해주는 셈이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도서관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영희(57, 법명 진여행)씨는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사찰도서관을 찾는 불자들의 공부는 더 깊어진
것 같다”며 “경전과 교리, 선에 대한 책들이 꾸준히 대여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신도들의 수행공간은 물론 지역주민의 쉼터로도 활용된다. 1만여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서울 길상사 도서관은 넉넉한 공간 덕에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기 편하게 시설돼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쾌적한 환경은 물론 많은 장서와 법정스님 관련 책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이 더해져 도서관을 찾는 이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며, 연간 5000여 명이 이용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조계종 문화부도 불자들의 독서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불교출판문화협회와 백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사찰도서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불서사랑’ 캠페인을 통해 종단은 2014년까지 13곳에 사찰에 도서관을 건립했다. 1호 인천불교회관을 비롯해 조계사,
완도 신흥사, 남양주 봉영사, 불암사, 군포 정각사, 거창포교당, 창원 봉림사, 아산 윤정사, 대전 보문종합사회복지관, 부산 혜원정사, 울산
신흥사, 거창 행복한 절 등이다. 문화부는 올해도 불교출판문화협회와 함께 1곳의 사찰을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이들 사찰이 도서관을 갖춰 놓았지만, 모두 활발하게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불광사나 길상사처럼 일찌감치 십진분류법을 도입해 책을 분류한
곳은 운영이 편한 반면, 그렇지 않으면 신간 관리가 어렵다. 책 구입에 대한 예산배정이 없는 곳이나 책을 관리할 봉사자가 없는 곳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불서읽기모임 등 신행조직이 없다는 것 또한 한계로 지적되고 있어, 내실을 갖추는 노력이 요구된다.
[불교신문3134호/2015년9월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