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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불광

불광 새터민 첫 법회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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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16.01.24 조회6,1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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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그렇게 앉아 손바닥 맞추니 너도나도 온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다. 불광 새터민 법회는 서로 섞여 앉아 그렇게 눈을 맞췄다.


처음부터 눈이 멀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눈이 멀었다.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 눈먼 사회를 만든다. 우리와 다를 게 없다. 휴전선으로 나뉜 지리적인 방향성이 남쪽과 북쪽을 가르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왔다는 사실은 ‘탈북민’이라는 주홍글씨 3만개를 새겼다. 주홍글씨는 3만 탈북민 마음에 ‘얼음빗장’이 됐다.

지난해 11월부터 격주로 봉행
합장·삼배·향공양·교리 등 지도
탈북민 30여명 부처님 품으로

10~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집과 멀어 들쭉날쭉한 참석
자비로서 불성 싹 틔우고자
불광사 거점사찰로 삼고 법회


조심스럽게 그 빗장을 열려는 부처님 공동체가 있었다. 눈먼 사회에서 부처님 지혜광명으로 눈뜨고 살려는 법회였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불광 새터민 법회(지도법사 본공 스님)는 신심과 원력으로 정진하는 새터민 불자들을 위한 법회다.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잠실 불광교육원 4층 법당에서 모이고 있었다. ‘참나’를 찾아가고자 공부하는 수행공동체 ‘불광 새터민 불자회’를 이루고자 함이었다. ‘참나’ 찾아가는 여정에 남쪽과 북쪽이라는 분별은 없다.

“머리 스타일이 좀 바뀌었네? 자네는 저번 법회 때 못 본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나?”

   
▲ 삼보에 예를 표하는 삼배로 이미 법회는 시작됐다.


이형(68, 보윤) 불광사 바라밀전법단 새터민 팀장이 반갑게 그들을 맞이했다. 두꺼운 잠바를 입고 쭈뼛쭈뼛 법당에 발 디딘 학생 3명은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손주 보듯 바라보던 한 보살은 포근하게 감쌌다. 좌복을 가져다주며 앉을 자리부터 살폈다. 그리고 불자끼리 합장인사하는 법부터 부처님 전에 삼배 올리는 의미도 전했다. 불보, 법보, 승보 등 삼보에 예를 표하는 삼배에 학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곧잘 따라했다. 한 한생에게는 직접 향공양하는 방법을 지도하면서 ‘얼음빗장’에 손을 얹었다.

새해를 맞아 처음 열린 1월9일 법회에는 20여명이 함께했다. 불광사 주지 본공 스님이 지도법사를 자청했고, 법회 지원은 불광사 새터민 전법팀에서 나섰다. 뿐만 아니다. 조계종 포교사단 통일팀에서도 마음을 더했다.

이날 주제법문은 ‘바라밀 행자의 서원’이었다. 도심포교 새장을 열고 반야행원사상을 설파하며 이를 순수불교운동인 불광운동으로 펼쳐 한국불교 전법사에 큰 족적을 남긴 광덕 스님이 남긴 법문이었다. 일체중생이 부처님이라는 진리설파에서 또 한 번 남과 북이라는 분별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만인이 부처님 가르침 앞에 평등하다는 가르침은 ‘얼음빗장’을 움직이는 본질이었다.

“부처님은 당신과 더불어 한 몸 이루고 있는 일체중생이 착각에서 깨어나 ‘참 자기’에 눈떠 당신과 똑같은 위없는 행복을 누리며 살도록 하기 위해 세상에 왔다고 했다. 반야바라밀 행자로서 행은 만나는 사람마다 지극히 존귀한 부처님으로 알아 공경하며, 기쁘게 섬겨야 한다. 우리 모두가 실로 지극히 청정한 동체생명(同體生命)인 까닭에 마주하는 일마다 내 일로 알아 기쁘게 헌신하며 살아야 한다.”

   
▲ 큰 지혜 성취하겠노라 염송하는 마하반야바라밀.


본공 스님이 ‘마하반야바라밀’에 대한 설명으로 쉽게 풀이했다.

“우리는 가족을 그리워하고 생각합니다. 지금 법당에 모셔진 불상이 그런 이치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형상일 뿐이지요. 실질적인 부처님은 우리 모두에게 존재하는 불성이라는 본래성품입니다. 껍데기에 현혹돼서는 안 될 일입니다. 불광법회는 ‘마하반야바라밀’을 지극히 염송합니다. 인사할 때도 ‘마하반야바라밀’입니다. 이는 큰 지혜를 성취하겠다는 다짐이자 부처님 가르침에 의지해 부처님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입니다. 모두가 부처님 씨앗을 갖고 있는데 남이면 어떻고 북이면 또 어떻습니까.”

본공 스님은 법회가 젊어졌다면서 연신 웃음으로 설법했다. 주어진 시간이 지났지만 젊은 불자들을 보니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시간을 더 청했다. 이유가 있었다. 동국대 탈북민 동아리 ‘통일하울림’ 때문이다. 통일하울림 식구들이 8명이나 동참했다. 늦게 온 친구들은 앞에 앉은 친구들 등을 쿡쿡 찌르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등 법회 분위기를 명랑하게 만들었다.

통일하울림은 탈북이주민 첫 출가자 도현 스님이 이끄는 동아리다. 동국대 불교대학 15학번인 스님은 학내에 탈북민 출신 학생들이 제법 많다는 사실을 알고 함께하기로 했다. 외롭고 힘든 처지가 다들 비슷했다. 모여서 수다라도 떨면서 의지하려 만든 동아리가 통일하울림이다. 회원이 벌써 20명이 넘었다. 장소가 없어 정각원 법당 옆 다실에서 매월 두 번씩 모임을 갖고, 운영은 은사스님인 덕륜사 주지 학수 스님과 조계종 포교부장 송묵 스님, 북한산 봉정암 주지 지웅 스님, 탈북이주민 지원 활동 중인 남지심 통일바라밀숲 대표가 돕고 있다. 일불제자라는 가르침 속에 ‘탈북민’ 주홍글씨가 희미해지고 있다. 불광 새터민 법회는 일불제자로서 신심을 다지는 또 다른 아지트(?)가 된 셈이다. 그래서 도현 스님의 신년 첫 법회 인사말은 울림이 컸다.

“법석에 앉았지만 출가자로서 저 역시 학생입니다. 새터민 친구들이 잘 이해할 지 모르겠지만, 불교에서 제일 먼저 느낀 점은 자비였어요. 쉽게 말씀드리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변하지 않고 편견 없는 그런 마음입니다. 4년 동안 법회도 동참하고 학교생활 잘 하면서 북쪽에 있는 번뇌와 고통을 덜어내길 바랍니다. 남이든 북이든 다 같이 함께하면 더 좋은 미래가 올 거예요.”

신년 첫 법회가 다섯 번째였지만 나름 성과는 있었다. 4차례 법회에 왔던 탈북민 누적인원인 59명이다. 참석률은 들쭉날쭉하지만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법회를 찾고 있다. 거리가 멀어 올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개원법회 이후 적지만 끊이지 않고 신입회원이 느는 점이 고무적이다. 거점사찰이 있기에 이 정도였다. 이날 법회에서 2명이 새로 부처님 품을 찾았다. 동국대 16학번으로 입학한 학생과 관광통역안내 자격공부 중인 여성이 참석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나눕시다. 명~랑~하게 일 년은 삼백 육~십오일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어도 우리들은 언제~나 웃으며 산다. 짠짠~.”

   
▲ 부처님 전에 올리는 향공양도 배웠다.


불단 부처님을 향하던 좌복이 고개를 홱 틀고 둥그랗게 앉았다. 둥그렇게 앉아 손바닥 맞추니 너도나도 온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서로 섞여 앉아 눈을 맞추고 노래하며 함께했다. 간단한 교리 퀴즈. 그들이 알 리가 없다. 왜 묻나 싶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사이사이 앉은 불광 새터민 법회 불자들이 귓속말로 힌트를 주니 정답자가 속출(?)했다. 부처님이 출가 전 낳은 아들 이름은 ‘라훌라’였고 왜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간단한 설명이 뒤따랐다.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영락없는 초심자들이었다.

이형 바라밀전법단 새터민 팀장은 조계종 포교사단 통일팀 소속이기도 하다. 그가 불광사에서 새터민 법회를 열고자 팔 걷어붙인 이유는 단순했지만 원력은 굳건했다. 그는 “국정원 하나원에서도 포교를 하지만 이들이 사회에 나오면 생계문제로 고통 받으며 뿔뿔이 흩어진다”며 “구심점인 거점사찰과 정기적인 법회가 필요했다. 용돈 주면서 나오라 권하는 이웃종교보다는 못하지만 일불제자로서 부처님 가르침으로 성불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랬다. 남한사회에서 새겨버린 ‘탈북민’ 주홍글씨가 마음에 걸어둔 ‘얼음빗장’이 녹고 있었다. 맨 앞에 앉아 제법 좌선 자세를 잡는 등 프로그램 참여에 열을 올리던 한 학생은 한 번도 법회를 거르지 않았다. 그는 “도현 스님 소개로 왔는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머쓱해하면서도 “마음이 편하다. ‘북쪽 사람’이라는 편견 어린 시선이 없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통일하울림이나 불광 새터민 법회에서 꿈을 키우고 있다. 한국사회를 잘 몰라 부당하게 피해를 입는 다문화가정이나 탈북민들 권익을 지키는 경찰이 되고 싶다. 아니다. 국민으로서 한국 사회구성원으로서 그들의 안전을 지키고 싶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될까. 단편적인 일을 사실로 고정시키고 편견을 만든다.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 아직 차가운 그네들 마음에 봄은 언제쯤일까. 도현 스님 말씀처럼 따듯한 사랑이 곧 찾아오리라. 이날 신년선물은 목도리였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28호 / 2016년 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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