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8(2024). 5. 15.(수)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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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24.05.31 조회2,629회 댓글0건본문
이주의 법문
법사 : 동명스님(불광사 주지)‘젊은 불교’를 만들어 나갑시다
‘젊은 불교’! 익숙하지 않은 말이지만, 불교야말로 진정으로 젊은 종교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깨달음을 얻고 교화를 시작하셨습니다. 꼭 그래서만은 아닙니다. 잘 살펴보면 부처님의 생애나 가르침이 젊음의 성격과 닮았습니다
불교가 어떤 점에서 젊음과 성격과 닮았을까요?
첫째, 젊다는 것은 인생이 결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며, 불교는 우리의 운명이 이미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젊은이가 젊은 시절 어떻게 사느냐가 그의 미래를 결정하듯이, 불교 또한 자신의 행위에 의해서 자신의 인생이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부처님은 여러 생애에 걸쳐 붓다가 될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설이고, 왕자로 태어나신 부처님은 왕이 될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서 출가의 길을 떠나십니다. 결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곧 불교의 특징이고 젊음의 특징입니다.
둘째, 젊다는 것은 방황할 수도 있음을 뜻하며, 부처님도 출가 전에는 왕이 된다는 것에 회의하면서 방황하시고, 출가 후에는 명상과 고행 중에서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를 두고 방황하셨습니다. 부처님뿐만 아니라 출가자들의 상당수가 왕자 싯다르타와 비슷한 방황을 한 후에 출가하게 되고, 출가한 후에는 자신에게 맞는 수행법을 찾아 방황하는 시기를 갖습니다. 젊은이들이 자신에게 진정으로 맞는 길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셋째, 젊은이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듯이, 불교 수행자에게도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불교 수행을 통해 자신이 일반적인 의미에서 행복해지는 것은 물론 해탈 및 열반이라는 인간으로서 최고 행복한 경지에 도달할 수도 있으며, 그런 경지에 많은 이들을 인도할 수도 있습니다. 젊음도 불교도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넷째, 젊음은 여행을 즐긴다는 데 특징이 있는데, 부처님의 인생은 ‘여행의 인생’에 다름아닙니다. 길 위에서 태어나신 석가모니 부처님은 평생 길 위에서 교화활동을 펼치시다가 길 위에서 반열반하셨습니다. 길 위에서 태어나시고 길 위에서 교화활동을 펼치시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반열반을 1년 앞두고 오히려 여행을 떠나신 것은 참으로 특이한 일입니다. 부처님은 당신의 인생을 여행에서 시작하여 여행으로 마감하시는 것을 계획적으로 완성하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출가수행자를 운수납자(雲水衲子)라고 부르는데, 구름처럼 물처럼 떠돌아다니는 누더기를 입은 이라는 뜻입니다. 운수납자는 수행자가 평생 유행하셨던 부처님의 생애를 따라 배워야 함을 의미합니다.
다섯째, 젊음이 충만한 이가 모험하고 도전하는 데 주저하지 않듯이, 부처님도 모험하고 도전하는 데 주저하지 않으셨습니다. 출가가 가장 큰 모험이었고, 출가 이후 선정 수행을 완성한 후에도 성도하실 때까지 모험을 계속하셨으며, 성도 이후에 행하신 초전법륜, 전도선언, 깟사빠 3형제의 교화 등이 모두 모험이었습니다.
이렇게 불교는 젊음의 속성을 다분히 가지고 있는 ‘젊은 종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국불교의 모습은 젊음과는 거리가 먼 듯합니다. 그것은 젊은이가 세월이 지나면 나이 들어 젊은이의 성격을 잃어버리는 것과 흡사한데, 미얀마나 스리랑카, 태국, 티베트 등의 불교가 여전히 젊은 불교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불교가 오래되어서만은 아닙니다. 아마도 조선왕조 오백년 동안 불교가 꾸준히 억압을 당한 결과 그 적극적인 성격을 잃어버려서일 것입니다.
근현대 한국불교의 선각자는 ‘불교의 젊음’을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삼일운동의 33인 선각자의 한 분으로 찬불가를 만들고 우리말 의식을 만드신 용성큰스님, 봉암사결사를 일으키신 성철스님이나 청담스님, 월간 불광을 창간하시고 도심전법의 새 장을 여신 광덕큰스님 등이 ‘젊은 불교’를 일구어내신 대표적인 분들입니다.
우리 불광사도 불교 본연의 모습인 ‘젊은 불교’를 만들어내는 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첫째, 젊은이들이 사찰에 와서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을 펼쳐나가겠습니다. 금강청년법회를 더욱 활성화하고 젊은이들이 참여하는 명상프로그램을 만들겠습니다.
둘째, 사찰에서 새로운 신도를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전법활동을 펼치겠습니다. 거리전법도 적극 활용하고, 온오프라인을 이용한 적극적인 전법활동을 펼치겠습니다.
셋째, 권위적인 카리스마에 의존하기보다는 소통과 화합을 통해 사찰을 운영하겠습니다. 작은 소모임들이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필요하면 서로 연합하여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신행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넷째, 세계 문화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한편, “우리는 횃불이다. 스스로 타오르며 역사를 밝힌다”라는 불광인의 선서를 잊지 않고 새 역사를 창조하는 데 힘쓰겠습니다.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면서, 다시 한번 부처님께서 만드신 ‘젊은 불교’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70년대, 80년대의 불광, 아니 중창불사 이후에도 불광은 줄곧 ‘젊은 불교’를 구현해내는 대표적인 사찰이었습니다. 그날로 돌아간다기보다는 그때의 영광을 되찾고, 젊고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불광을 만들어나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동참해주신 내외 귀빈, 함께해주신 대덕스님들, 문도스님들, 사중스님들, 무엇보다도 원로불광형제님들을 비롯하여 봉사해주시고 함께해주시고 지도편달해주신 여러 불광법우형제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에 모이신 모든 분들의 가정에 불보살님의 가피가 항상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