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문

법사 : 동명스님(불광사 주지)

‘7마음의 의지처’가 한 곳 더 생겼습니다
탑돌이를 한다. 마음의 거처를 마련할 때까지 돌아가지 않으리라.
해탈문을 지나 천왕문을 지나니 오장육부가 약속처럼 빠져버린,
온몸이 물 한 점 없이 텅텅 비어버린, 늙은 살가죽도 반의 반쪽만 남은
느티나무 한 그루가 된다. 그가 올 봄에도 어김없이 피워올린 공중의
새순들은 무엇으로 얻었을까 오늘은 서까래 몇 개라도 올려야 한다
목탁 소리 독경 소리에서 뿜어져나오는 향기,
계곡 속의 피라미마저 귀가
쫑긋해져 온갖 교태를 부리며 튀어오른다. 지금 행복하다면 오히려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 지금 힘이 들면 빚을 갚거나 저축을 하는 것처럼 편안해진다.
그 마음들 모아서 토담처럼 쌓아올리기 위해 돌고 돌아야 한다. 탑돌이하는
여자 발 밑에 무더기로 피어 있는 새하얀 클로버 꽃장들 누군가 떨어뜨리고 간
행운의 부스러기들이 피운 꽃이라면 기와 몇 장 연등 몇 개조차 바친 적 없지만
이쯤에서 돌아가도 마음의 거처 얻을 수 있으리라.
- 박라연의 시 ｢마곡사｣ 전문(시집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주차장에서 내려 자그마한 마을을 지나면 바로 등장하는 마곡사의 해탈문은 약간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 서문에 해당하는 일주문이나 사천왕문이나 금강문도 없이 바로 본문이 등장하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아무튼 마곡사는 들어서자마자 해탈의 세계이다. 해탈문에서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방문객을 환영해준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지혜의 영역과 실천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어, 부처님은 명행족(明行足)이라고도 부른다. ‘명’이 문수보살이라면, ‘행’은 보현보살이다. 해탈문을 들어서면 우리는 벌써 극락국에 입국한 것이다. 해탈문 다음에 등장하는 문이 사천왕문이다.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인도를 받은 이들이 그 다음 사천왕문을 들어서기 때문에 사실상 사천왕문은 형식에 불과하다. 지혜와 실천을 상징하는 보살의 인도를 받아 들어온 이들 중에 사천왕의 제지를 받을 만한 이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곡사를 관통하는 큰 강만큼 수량이 풍부한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 극락교가 있는데, 극락교를 건너기 전에 어엿한 도량이 있으니, 영산전을 비롯한 선방 공간이다. 극락교를 건너면 대웅보전과 보광전을 중심으로 한 마곡사의 중심도량이 펼쳐진다.

대광보전 앞에는 또 최근에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 5층석탑이 있는데, 석탑의 꼭대기에는 금동보탑이 올려져 있어서 참 독특하다. 금동보탑은 풍마동(風磨銅)이라고 부르는데, 바람에 닳으면 더욱 빛나기 때문에 붙은 시적인 이름이다. 박라연 시인은 아마도 이 탑을 돌면서 ｢마곡사｣라는 시를 쓴 것 같다.

백범 김구 선생은 조선인으로 위장한 일본인을 을미사변의 공범이라고 판단하고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들어갔다 탈출하여 공주 마곡사에서 은신한다. 이때 선생은 출가하여 몇 년 간 스님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이는 종교적인 신념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독립운동을 위한 방편이었다. 그러나 감옥에서 생을 마감할 뻔한 김구 선생이 마곡사에서 몸과 마음의 기운을 재충전하여 구국운동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백범의 인생에 마곡사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마곡사는 『격암유록』의 저자 남사고가 선정한 전국에서 풍수지리상으로 가장 뛰어난 길지 열 곳 중의 하나이다. 마곡사는 자장율사가 640년(백제 무왕 41년)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1172년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중수했다고 한다.

오늘 불광법우형제들의 성지순례는 자장율사와 보조국사의 구국구세의 의지와 선조들의 아름다운 소망이 마곡사의 역사에 면면히 숨쉬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박라연 시인은 기와 몇 장, 연등 몇 개조차 바친 적 없지만, 마곡사 탑돌이를 하고 돌아가면 마음의 거처 얻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하는데, 온 정성을 다하여 간절하게 기도하고 돌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더욱 소중한 ‘마음의 의지처’가 불광사 외에 하나 더 생겼다고 보면 될 것이다.

법회 소식

갑진년 음력12월 지장재일법회
·일시: 1월 17일(금) 오전 10시 30분, 보광당(지하4층)
·소참법문: 주지 동명스님
·동참금: 1만원

셋째주 토요법회
·일시: 1월 18일(토) 오전 10시 30분, 보광당(지하4층)
·법문: 자현스님(중앙승가대 교수)

새해맞이 서원지 작성 및 소원등 달기
·기간: 2월 12일(수) <동안거해제/정월조상합동천도재>까지
·장소: 비로자나부처님 앞
·동참금: 서원지 자율보시 / 소원등 2만원
·접수 및 문의: 접수처 02-413-6060

불기2569(2025)년 을사년 설날합동차례
·일시: 2025년 1월 29일(수) 오전 10시, 보광당(지하4층)
·동참금: 10만원(친외가 양가 접수 15만원)
·접수 및 문의: 접수처 02-413-6060

정초 7일기도 및 정월 조상합동천도재 입재
·일시: 1월 31일(금) 오전 10시 30분, 보광당(지하4층)
·동참금: 정초7일기도 3만원 / 정월조상합동천도재 5만원

입춘 3일기도 입재
·일시: 2월 1일(토) 오전 10시 30분, 보광당(지하4층)
·동참금: 3만원

동안거해제·정월대보름·정월조상합동천도재
·일시: 2월 12일(수) 오전 10시 30분, 보광당(지하4층)
·정월대보름 오곡 보시받습니다.

일요다라니기도 안내
·일시: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대웅전(5층)

광덕큰스님 법어록 읽기 및 법문 듣기 모임
·일시: 매주 일요일 오후 1시 30분 ~ 4시 30분, 회의실(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