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항주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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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6.01.22 조회1,624회 댓글0건본문
바람이 세차게 분다. 숙소에서 창밖을 보니 나뭇가지가 심하게 흔들린다. 배를 타고 섬에서 다시 나가야 하는 일로 일정이 유동적이라 한다. 내일 아침은 비바람이 그치기를 바라면서, 몸은 나른하고 무겁지만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재담으로 즐거움을 주시는 일명거사님이 주선하는 야간법문(?)시간에 빠질 수 없다. 가야지....
아침에도 날씨가 오락가락 얄밉다. 바람도 많이 분다. 우리는 일정을 단축하여 낙가산 보탑사를 포기하고 바로 섬을 빠져 나가기로 했다. 이곳의 바닷물 색깔은 황토색이다. 가이드 설명엔 남해관음보살의 법문을 듣고자 세계각지의 물고기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서 물이 황색으로 탁해졌다는 나무벽화 설명을 재미나게 하였는데 다시 생각해도 재미난 비유라고 생각되었다. 아무튼 우리나라 장마철의 강물처럼 흙탕물이 새로움이다. 중국산 물고기가 맛이 없다 했더니 이런 황토물에서 놀아서 그런가 (?) ㅋㅋ
선편으로 영파까지 약 세시간 이동하는데 우중충한 날씨에 모두들 마음들이 무거운 것 같다. 영파에서 부터 항주까지는 버스로 이동하는데 우리의 여객터미널 격인 곳에는 공중화장실이 말로만 듣던 개방형이다. 들어가다가 깜짝 놀라 눈길을 피하고 나니 문화차이가 새삼 느껴진다. 이젠 비가 그친다.
항주는 중국7대 오래된 도시이다 .춘추전국시대에 오월문화를 이루었다고 하는데 오월동주라는 고사성어가 나온 곳이기도 하다. 어둠이 몰려들때에 전단강 건너 언덕에 자리한 육화탑에 도착하였다. 육화탑은 육각형의 모전탑으로 총13층 정도로 한면에 창문형태가 셋이다. 우리나라의 경주 분황사도 이러한 탑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하루 일정이 육화탑 순례 뿐이라니 은근히 화도 나고 목도 탄다. 항주 서호가에 위치한 용정차의 주산지에서 차맛을 보기전에는 더 목이 탓는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맛이 좋다. 이것이 작전인가 (?) ㅎㅎ 항주에서의 밤은 이렇게 또 저물어 간다.
아침에 바쁘게 움직여야 서호에서 배를 탄다하여 맛있는 조찬을 먹는둥 마는둥하고 이동하였는데 항주의 교통도 장난이 아니다. 자전거 행렬도 그렇치만 양보를 잘 안하는 운전 습관들이 우리네 보다 심하다. 그래도 도시는 자본주의 사회처럼 살아 움직이니 생동감이 있다. 우리네 같은 민족인 북한도 개방되어 활기찬 아침 모습을 보게 되기를 서원해본다. 조금 늦게 도착한 서호는 호수 면적이 6.3Km2에 이른다고 한다. 북송때 소동파가 이곳 항주 태수로 왔을때 서시에 비유해 시를 읊은것을 계기로 서호로 불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날씨도 좋고, 넓고 탁트인 경관에 도취되어 마음이 다들 가벼워 졌다. 보살님이 거사님들에게 이쁜 실크(?)스카프를 선물했다. 따뜻한 마음에 몸이 녹는다. 영은사 입구로 가니 구걸하는 사람이 무척 많다. 공산주의도 거지는 있나 보다.
영은사는 중국선종 10대 불교사원으로 인도승려 혜리가 세운 절이라 한다. 입구부터 황금색의 영은사 편액이 예사롭지 않다. 온통 자욱한 향 연기로 인해 경내는 신비롭다. 이 곳의 신자들은 뭉테기 향으로 사르고 서서 고두례를 몇 번 하고 향로에서 완전히 재로 태워버리는데 코가 매케한 것이 호흡이 곤란할 지경이다. 오백나한을 함께 모셔놓은 나한전이 매우 인상 깊었다.
언덕 구릉지 하나 없는 대지를 약 세시간 가량 이동하니 소주다. 이곳은 아름다운 정원과 도시를 관통하는 수로로 발달된 곳으로 한산사를 참배하였다. 아! 寒山寺 . 1977년 내가 처음 불교에 관심을 갖고 불교학생회에 입문한 충북제천의 사찰 이름과 같지 않은가! 인연이란 이렇게 만들어지나 보다. 수로옆에 둘러쌓인 한산사는 저녁노을에 젖어서 더욱 아름답다. 소림사 스님의 복식을한 행자승이 예불드리는 시간인 것 같은데 여행객의 케메라 후레쉬가 죄송스럽다. 하루가 저물어 가니 몸을 누일 공간을 찾아야 하는데.....
오늘도 정확한 룸메이트 자광거사님 덕에 순조롭게 일어나서 밖을 본다. 호텔 뒤로 보이는 공원이 매우 적막하다.소주 근방에 위치한 호텔이라 무척조용하다. 상쾌한 아침이다. 서울불광에서 떠나온지 4일이나 훌쩍 건네졌다. 공간을 넘어서인지 시간도 빨리간다. 호구와 졸정원의 탐방으로 우리의 불광불교대학 졸업여행은 대미를 장식한다. 2500여년전에 오왕합려가 행궁을 지었던 곳인 호구는 사면이 하천으로 둘러 샇여있는 성이다 . 그 지역에선 제일 높은산인 해발 37m에 위치한 호구탑은 주변의 모든것을 제압하는 상서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내려오는 후문에선 일본 오사카성의 모습과 너무 분위기가 흡사해서 내생각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곳에서 모방한 것으로 보였다. 졸정원은 소주에 있는 정원중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정원이다. 복도식 다리교각이 눈에 띄는 조경술이라 생각되었다. 졸정원에서 한산사 탑이 정원에 바로 들어오니 어쩌면 그쪽 경관을 즐기기 위한 건축가의 배려가 중요한 부분이었으리라. (아래사진)
아쉽게도 불교문화 탐사 여행기는 여기에서 마친다. 처음에 여행기를 쓰겠다고 원을 세우며 움직였던 이번 여행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마음에 담고 간다. 불광에서 다시 뵙게 될 많은 분들이 더욱 더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중국졸업여행은 우리에겐 회향이다. 불광불교대학에서 처음으로 행한 해외답사는 좋은 불교문화유적 탐방과 우리 동기생들의 마음가짐에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고 보며, 새롭게 정진하고자 하는 후기 졸업생들에게 다른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더욱 그렇다. 상해로 갈때는 시차로 시간 이득을 보았는데 인천공항에 돌아오니 한시간 더 지났다. 받은 것을 되돌려 주는것이 인생사....,
서울불광은 어두운 밤이네 벌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