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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의 불교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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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6.03.04 조회2,1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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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게 뭔지 알어?”

“무얼까?”

“바로 가족이야, 가족.”

 

5년째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13살 작은 아이의 그리움에서 터득한 결론입니다. 가평 유명산 어비계곡, 복잡하던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와 팬션과 음식점을 시작한 지도 벌써 6년이 흘렀습니다. 아이들 교육 여건이 좋지 않아서 형제인 두 아이를 유학 보내고 생활하다보니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어 있는 듯 항상 허전했습니다.

 

언제부턴가 바다 건너 멀리 떨어져 있는 아이와 제가 보이지 않는 끈에 의해 주기적으로 함께 힘들어하고 있다는 인연의 고리를 의식하게 되면서부터 절실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때, 두 살 위 오빠의 갑작스런 죽음이 더해지며 충격을 받고는 인연의 고리도, 돌아가신 오빠의 영가를 위해서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하고 무기력한 자신을 원망하며 우울한 날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을 시간들이 다가오고 있음에 너무 슬펐습니다.


 

불교에 대해 제대로 알고 기도해야

 

어느 날, 참선을 하시던 옆집 보살님이 건네주신 경전을 읽게 되었는데 평상시 아무런 느낌 없이 부처님 말씀이라 여기던 한글 천수경과 반야심경에 제가 그 동안 간절히 원하던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 강한 느낌이 들며 가슴이 벅찰 정도의 환희심이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온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은 모든 근심, 걱정, 우울함을 한 순간에 사라지게 하였습니다.

겨울에는 주변에 사시는 노보살님께 쌀과 약간의 용돈을 드렸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설악산 봉정암에 기도를 올려주시어 기도 안내문을 받게 되는 기쁨도 함께 왔습니다.

석가모니부처님께 기도를 시작하며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은 듯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고, 꿈으로 갈 길을 이끌어주심에 기쁨과 감사의 날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의 지혜를 깨닫고자 하는 마음 늘 가슴 가득 절절했지만, 항상 바쁜 생활이었기에 모든 것을 부처님께 맡기고 두 가지 원을 세워 기도했습니다. 부처님 뇌사리탑이 모셔진 설악산 봉정암을 꼭 한번만이라도 오르고 싶다는 원과 함께 불교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기도생활을 하더라도 부처님과 불교에 대해 제대로 알고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기도를 시작한 지 오십여 일 만에 봉정암에 오를 수 있는 원을 이루어 주셨습니다. 동네 앞산도 다녀보지 못한 제가 봉정암을 오르내리던 길에서 많은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고 밤새워 기도하고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던 것도 부처님이 함께 해 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그 뒤로 세 번을 더 다녀올 수 있었는데, 두 번째 가는 길에는 폐차를 시킬 정도의 교통사고가 있었지만 남편과 제가 모두 무사하여 사고 수습 후 차를 빌려 무사히 다녀올 수 있는 부처님의 가피를 입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여름방학에 캐나다에 유학하고 있던 큰 아이가 왔기에 월간 「불광」에서 마련한 ‘청소년 명상캠프’를 보내게 된 인연으로 월간 「불광」을 구독하게 되었고, 불광불교대학에서 기본교육을 받는 원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석 달간의 불교기본교육

 

사찰의 구조부터 부처님의 생애와 불자의 자세, 예불 등등 불자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많은 것을 공부했습니다. 불교란 우리와 같은 인간이셨던 부처님께서 직접 수행을 통해서 깨달음을 이루시어, 우리들 모두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불성을 드러내어 부처가 되게 이끌어주는 가르침의 종교라는 것과, 신(身)․구(口)․의(意) 삼업(三業)으로 지은 모든 업과 탐(貪)․진(瞋)․치(痴) 삼독(三毒)을 멸해 없애며, 깨달음의 지혜로 일체 중생들에게 자비를 행하는 실천의 종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도를 하려면 원을 세우는데 사홍서원이 불교의 핵심적인 원이며, 널리 베풀면 그 이상의 복이 돌아오지만 무주상보시를 해야 한다는 보시의 중요성도 느꼈습니다. 그리고 스님께서 중간 중간에 들려주시던 수행담과 설화들은 불자들의 눈을 반짝반짝하게 만들어주셨습니다.

 

쏟아질 듯 밝은 많은 별들이 맞이해 주던 무박의 해인사 수련법회, 새벽 3시에 어둠과 고요함에서 울려 퍼지던 법고소리와 해인사 스님들의 청량한 기도소리는 많은 번뇌로 가득하던 머릿속을 맑고 고요하게 해주었습니다.

날이 밝기를 기다리며 가졌던 석두 스님과의 따뜻한 분위기의 문답시간은 함께 한 모든 불자들이 궁금해 했던 산사에서의 스님들의 수행생활을 이해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날이 밝아 오른 가야산 백련암은 두 권의 책으로만 뵈었던 성철 큰스님의 엄하시며 꼿꼿하셨던 성품이 그대로 느껴지는 도량이었습니다. 석두 스님의 죽비 소리에 맞춰 함께 한 모든 불자들과 백팔참회 기도를 드리고는 기념 촬영을 하며 꼭 다시 올라 삼천배로 참회의 시간을 가져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많이 알려고 하는 마음을 버리고

제가 사는 가평에서 잠실의 불광불교대학까지 왕복 세 시간이 넘는 거리였지만, 부처님의 진실한 불제자의 길에 밑거름이 될 너무나 소중하고 간절한 시간들이었기에 부처님께 감사한 마음이 일어 늦은 밤에도 힘든 줄 모르고 다녔습니다.

처음 수업에서는 용어들이 낯설고 어려워서 걱정이 되었지만 많이 알려는 마음을 버리고 편한 마음으로 교육을 받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퍼즐 맞추듯이 전 수업에 배웠던 내용과 연결이 되어 조금씩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강의를 해 주셨던 스님들과 교수님들 그리고 수업 진행을 위해 수고하신 거사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제 기본교육을 마쳤으니 앞으로 불광불교대학에서 근본불교부터 포교 및 사회복지, 불교 상담 등 다양한 교육을 통해서 부처님에 관한 지식을 넓히고자 합니다. 아울러 불교경전과 수행법에 대한 심화 학습, 현대 사회에 필요한 불교 응용과정을 익힐 수 있는 불광불교대학원 과정을 이수해 어두운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분들에게 부처님 법을 나누며, 불교 상례(喪禮)를 공부해 영가들을 위한 봉사활동의 원을 세워봅니다.

 

인생의 반이라고 할 나이 사십에서야 부처님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뒤돌아보니 살아온 모든 시간들이 부처님의 사랑을 받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순간도 끝없이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초심자이기에 다음 생에는 꼭 출가수행자의 길을 걷고 싶습니다. 올곧은 수행자의 그 길에 대한 원을 세우며 알게 모르게 곁에서 보살펴 주시고 원을 이뤄주시는 부처님께 다시 한번 감사기도 드립니다. 마하반야바라밀, 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리.

 

이 글은 월간 불광 3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글을 쓰신 이민자 님은 6년 전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남편과 함께 경기도 가평 유명산 어비계곡에 펜션겸 음식점 올림픽벨리(www.olympicvalley.net)를 운영하고 있으며, 기도생활과 함께 최근에는 월간 「불광」과 인연하여 불광교육원을 오가며 불교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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