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교육, 기복과 수행을 비켜서서 ① > 불광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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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교육, 기복과 수행을 비켜서서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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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6.03.18 조회2,3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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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신도교육



 불자로서의 자기 정체성 확립은 자신이 삼보에 귀의하며 오계를 지키겠다는 수계의식에서 비롯됩니다. 신도 교육이 이루어지는 사찰에서 불교기본교육을 마치고 수계의식을 거행하는데, 아주 여법하기도 하며 수계의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근엄합니다. 여기에서 최초로 다루어지는 것이 불살생(不殺生)이기도 하지요.

 

이 글은 조계종 중앙신도회에서 발간하는 신도회보 2006년 3월호에 썻던 글입니다. 글이 약간 길어서 두번으로 나누어 싣습니다.
  


 여기서 거론치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는 종교적인 여러 문제들이 있습니다. 생명, 전쟁, 평화, 성(sex)등의 거대 문제들부터 가족, 육아·교육, 낙태 등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질문들은 종교적인 문제이기도 하며, 인문학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런 문제들이 마음의 문제로만 귀속될 수 없는 것이고, 수행으로만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입니다. 마음과 수행의 문제로 귀속되면, 결국 개인의 책임으로 되돌려질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한 개인이 책임을 지기에는 너무나도 큰 물음이며, 또 다른 죄책감을 마음에 심어 놓을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를 비켜갈 수 있는 상상력이 요구되는 문제입니다.


 기복과 수행을 비켜서서


 흔히들 불교는 수행의 종교라고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런 표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표현이 너무나 당연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수행의 종교라는 범주에 들지 못하는 여러 현상들이 불교 안팎으로는 많이들 있습니다. 이러저러한 현상들이 있음에도 수행의 종교라는 범주로만 바라볼 때, 그 범주안에 들지 못하는 여러 현상들은 비판의 대상으로, 심각하기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는 척결의 대상이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기복불교입니다. 불교를 통해서 복을 구하는 것이 잘못된 문제인가요? 기복과 수행이 뭐 원수라도 되나요?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면 수행을 강조하면서 기복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불교지식인들의 지독한 자의식, 자만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가 하면, 절에서 기도를 하면서도 그 기도에 대해 자신이 뭘 잘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소박한 물음으로 제기됩니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행위를 잘못된 것, 혹은 불교가 아닌 것으로 규정지으면서 그렇지 않은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는 우려스러운 몸짓으로도 나타납니다.


 대부분의 절에서 백중 때 위패를 접수받습니다. 먼저 돌아가신 조상들의 위패를 접수받습니다만, 낙태를 경험한 분들이 태아를 위한 위패를 많이 접수합니다. 특히 태아를 위한 위패는 상대적으로 젊은 부부들이 많이 접수합니다. 제가 이전에 경험했던 절에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어떠한 답을 해주어야 할까요?

 어떤 분이 연구를 했는데, 절에서 태아를 위한 위패를 접수하기 시작한 것이 일제시대부터라고 합니다. 그 이전에는 태아를 위한 위패라는 개념이 많지 않았던 거고, 일본불교의 영향이기도 합니다. 또 한편 그 이전에 낙태, 태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겠지요.


 이러한 현실을 수행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기복이나 수행이나, 행위의 주체와 해결의 주체를 개인으로만 한정하게 됩니다. 수행을 강조하면서 기복을 비판하지만, 결국 오십보 백보라는 생각이 그래서 듭니다. 그렇다고 사회구조로만 환원할수도 없지요.

 불교는 이러한 질문에 대답을 할 준비를 해야 하고, 그러한 질문은 인문학적 상상력을 요구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인문학적 상상력의 문제라고 해서 거창한 문제는 아닙니다. 다들 현실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이기에 인문학적 문제라 하는 겁니다.


 신도교육에서 이러한 문제를 다루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현실 문제를 외면하거나, 혹은 그것을 마음의 문제로만 다루면 법문과 교육이 지나치게 무거워질 겁니다. 이러한 현실의 문제들이 왜 제기되었으며, 어떠한 인과관계에서 형성되었으며 불교는 어떠한 답을 상상할 수 있는가. 재미있는 주제이며, 불자라면 관심을 갖는 문제이며,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가 강의로 이루어진다면 만족도가 높은 강의입니다.

 유일한 단점은 이러한 강의를 해줄만한 강사가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다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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