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장소에 묶어 놓는 관계이므로
약속을 하였거든 꼭 지키거나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그 사유를 미리 통보하여
상대를 묶어 놓은 것을 자유로이 하여야 할것입니다
누군가 전화로
스님 내일 가겠습니다 하면
그 사람과의 약속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맺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사람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하루를 기다림의 시간으로 보내기가 쉽고
경우에 따라 평생을 기다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약속을 한번 두번 안지키다 보면
상대는 나를 실없는 사람으로 생각하여
다음 약속을 잡는다 하여도 신뢰를 주지 못하니
정작 꼭 필요한 경우에는 신용을 잃기 쉽습니다
어느 분은 만나기만 하면
아 스님 언제 식사 한번 합시다 하고
인사 하고 지내는지가 이미 여러 해를 지납니다
이제는 그같은 말을 들으면
아 저 분은 으례적으로 하는 말이려니 싶어
크게 마음 쓰지는 않으나 자칫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지 않는 말은 말이랄것이 없을 것입니다
부부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인 서약이라는 약속의 문서는
많은 하객과 친지 부모 형제들에게
평생을 같이 하는 반려자로서
아무리 어려운 경우라도
함께 가겠습니다 하는 약속인데
누구 말마따나 약속은 깨지라고 있는 것인지
그런 성스러운 혼인의 서약조차
예식장에서의 요식행위로 끝나기 쉬운 세태가 되니
그러다 보니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은 점점 작아집니다
약속을 어기게 되면
다음에 따르는 것은 거짓말이요
허위와 위선이 그 형제들입니다
특히 우리 불자들의 경우에 있어서도
자신도 모르게 매일 매일 약속을 합니다
천수경을 외우는 것도
관세음 보살님 전에 하는
가지 가지 약속이요 서원이요 다짐이며
법회에서 삼귀의와 사홍서원을 노래 하는 것도
부처님께 대한 내 마음의 약속이요
나 스스로의 다짐의 글귀들입니다
대체로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입과 생각과 행동이
하나가 되어 잘 따르는듯 하다가
날이 가고 해가 가면서 입으로만 송불을 할뿐
마음은 십만 팔천리에 가서
마치 연목구어를 연상케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역시도
약속을 까마득이 잊어 버리고
큰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으로
뼈에 사무치게 후회하고 참회 하였다가
다시 며칠 지나지 않아
여전히 그 생활을 면치 못하니
이 글을 쓰면서 반성하고 또 반성해 봅니다
친구와 저녁 약속을 하고는
깜빡 잊어 버리거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친구는 약속 시간에 약속 장소에 나와 기다리느라
다른 일을 못하고 묶여 버리게 됩니다
그처럼 만약 우리가
부처님 전에 약속을 하는 것은
부처님의 시간과 마음을 묶어 놓는 것이어서
내가 지키지 않은 약속으로 인해
다른 이들의 아픔을
보살필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라면
이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닙니다
작은 약속이나 큰 약속
아이에게 한 약속이나 어른에게 드린 약속
자연에 대한 약속이나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꼭 지키도록 노력하는 불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약속은 다른 말로 초심입니다
처음 마음 먹은 대로만 끝까지 가면
이루지 못할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초발심시 변정각이라 하시는가 봅니다
중생무변서원도 번뇌무진서원단
법문무량서원학 불도무상서원성
일체 중생을 건지리라 서원한 불자들이
삼천리 강산에 가득하니
우리 부처님은 그렇게 불단 위에서
미소를 머금고 바라 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