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봉축(2) - 연등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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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6.04.20 조회2,710회 댓글0건본문

언제 부터인가 연등축제는 부처님 오신날을 빛내는 가장 화려한 행사로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여의도에서부터 조계사까지 제등행렬을 진행했었죠. 이런 저런 시간 다 빼고, 걷는 시간만 2시간이 넘게 걸렸던 것 같습니다.
여의도를 출발하자마자 바람만 휑하게 부는 마포대교를 건너 마포에 들어서면서부터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광화문 - 종로에 들어서면 제등행렬을 구경하기 위해 나온 서울 시민들이 반겨주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큰스님께서 불광사 맨 선두에서 등을 켜시고 걷던 기록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90년대부터는 장소를 동대문으로 옮겨서 진행했습니다. 명칭도 제등행렬에서 연등축제로 바뀌었고, 행사의 내용도 보다 다양화되었고, 화려해졌습니다. 제등행렬만 있는게 아니라, 전날부터 종로거리는 들썩들썩합니다. 그리고 당일에는 조계사 앞의 우정국로에 온갖 불교문화가 드러나게됩니다. 이 날을 위해 많은 사찰에서 등을 제작합니다. 제등행렬에 사용될 등, 서울 시민들에게 보여줄 장엄 등... 온갖 화려한 등부터시작하여 전통의 미를 간직한 창호지로 만든 등...
불광은 2005년도에 제등행렬 등이 바뀌었습니다. 예쁘고, 은은한 맛이 나는 한지로 팔모등을 만들어 동대문으로 들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연희단에 처음으로 불광이 참여했습니다. 연희단은 연등축제를 빛내주는 주인공들입니다. 1000명이 넘는 불광인을 대표하여, 불광을 알리고 제등행렬이 그야 말로 축제가 되게 만드는 주인공들이죠. 한달 동안 맹렬한(?) 연습을 했습니다.
불광은 멀리서 보아도 티가 납니다. 불광법복은 그 어느 것보다 불광을 드러내면서 장엄하는 기능을 갖습니다. 아마 다른 절에서는 할려고 해도 못하는 것이 불광의 장엄일 것입니다.
불광은 화려한 장엄등을 뽐내지는 않았지만, 법복과 한지등으로 전통과 질서를 표현했죠. 1시간이 넘는 동안 서울 도심에서 서울시민들과 수많은 관람객들에게 부처님 오신날을 알리고, 축하와 축제의 흥겨운 날을 보냈습니다.
연등축제를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 사람들은 부처님 오신날만 되면 등을 들고 거리로 거리로 나갈까? 나이드신 보살님부터 이제 유치원을 다닐락 말락하는 어린아이들까지 등을 들고, 촛불을 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흔히들 빈자(貧者)의 일등(一燈)이라 합니다. 온갖 부와 명예를 가진 이들이 켜는 등은 세찬 바람에 꺼지지만, 가난한 자의 소중한 정성이 깃든 등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으며 부처님 오심을 축하하고 세상을 밝힙니다.
세상을 밝히는 등은 화려해서가 아니라 진실하고 소중한 마음이 함께하기에 가능할 것입니다. 부처님 오심을 기리는 연등 축제... 좀더 화려해지고 세상을 환하게 하지만, 등을 켜는 소중한 의미는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