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三界) - 우리들의 놀이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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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6.09.18 조회4,606회 댓글0건본문
삼계(三界) - 우리들의 놀이터 이야기
1. 인과와 업의 인력권
삼계유여급정륜 三界猶如汲井輪 삼계를 사는 모습 물긷는 두레박 모습.
백천만겁역미진 百千萬劫歷微塵 백천만겁 지나도록 쉬임없이 오르락 내리락,
차신불향금생도 此身不向今生度 이 몸을 이번 생에 깨달아 건지지 못한다면,
갱대하생도차신 更待何生度此身 어느 생을 기다려 다시 이 몸을 건지리오.
욕망이 모든 행동의 바탕이 되는 세상이 있습니다. 그러한 세상을 욕계(欲界)라고 합니다. 욕망은 어느 정도 벗어났으나 아름다운 형상에 가치를 두는 세상이 있습니다. 색계(色界)라고 부릅니다. 아름다운 형상에 대한 마음도 사라진 순수한 정신의 기쁨에 머무르는 세상이 있습니다. 무색계(無色界)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세상, 욕계 색계 무색계를 삼계라고 합니다. 모든 생명들이 머물며 윤회하는 곳입니다. 업의 인력권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삶과 죽음, 이러한 삼계를 끝없이 영문도 모르고 이사 다니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삼계에는 하나의 원칙이 있습니다. 유유상종이라고나 할까요. 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끼리 모여서 사연을 만들고 함께 산다는 것입니다. 흔히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합니다. 생각하는 수준에 따라 그 수준의 세상이 보입니다. 자신의 정신세계의 수준에 따라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존재들이 모이고 그러한 존재들끼리 사회를 이루어 공통된 상식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삼계를 이루고 살아가는 원칙입니다.
삼계를 사는 원리는 인과법칙입니다. 삼계의 어떤 것도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가 있다는 인과의 그물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의지적인 의도를 가지고 이루어지는 행위를 업(業)이라고 합니다. activity로 번역하기도 하는 업은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인 개념입니다. 어떤 집단 속에서 좋다고 생각되는 일이라면 선업, 나쁘다고 생각되는 일이라면 악업이라고 불릴 것입니다.
어떤 업을 지은 의도의 크기만큼의 결과를 받게 된다는 것이 인과법칙입니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여러 조건들이 달라져도 일으킨 원인속에 있는 의도의 크기만큼 결과를 받게 됨입니다. 원인과 결과의 외형적인 크기와 형식을 다를 수 있지만, 내면적인 의도의 크기는 같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비유를 하자면 돈 백원 훔치다가 들켜 죽고싶을 정도의 모욕을 받았다면, 그 모욕감의 결과로 상대를 죽이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욕망이 중심이 되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상인 욕계는 크게 여섯 가지로 나뉩니다. 지옥 아귀 축생 인간 아수라 그리고 초급단계의 하늘나라들인 천상세계입니다. 극도의 미움에 바탕하여 죽임과 잔인함이 기본인 세상이 지옥계, 끝없는 탐욕으로 배고픔과 욕구불만이 삶의 원리인 세상이 아귀계, 무지와 어리석음에 바탕하여 본능대로 사는 삶이 축생계, 미움과 탐욕과 무지와 아울러 인내와 관용과 지적인 능력이 혼재된 세상이 인간계, 인간보다는 뛰어나지만 경쟁심의 노예가 되어 남들보다 뛰어나기를 좋아하여 더 잘난 존재들인 하늘의 신들과 싸우기를 좋아하는 분노가 본능이 된 세상이 아수라계, 어느 정도 욕망은 절제되었으나 자만심으로 가득한 세상이 욕계의 하늘세상인 욕계천들입니다.
욕계의 하늘 위에는 기본적인 욕망은 거의 사라졌으되 자만심의 즐거움에 빠져있는 세상인 색계의 하늘이 있습니다. 형상으로 점점 아름다워지는 세상인 초선천, 빛의 세상인 이선천, 청정함의 세상인 삼선천, 번뇌가 엷어지는 사선천, 번뇌의 뿌리가 밝혀지기 시작하여 번뇌의 시달림을 거의 받지 않는 하늘들인 정거천(淨居天) 있습니다. 마침내 형상이 소멸된 정신의 세계인 무색계의 하늘이 있습니다. 공간에 한계가 없고 인식에 한계가 없으며 있고 없음의 경지를 넘은 세상 그리고 생각의 미세한 바탕까지 도달한 세상인 비상비비상처가 무색계의 하늘입니다.
인간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하루 중에서도 지옥에서 하늘나라까지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합니다. 삼계의 하나하나의 모습들을 살펴보며 우리들의 삶의 현 주소를 되집어 보는 시간을 앞으로 며칠간 가져보겠습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인가. 지금의 내 마음이 살고 있는 세상이 바로 다음 생 내가 가는 곳입니다. 전생이 현재에 결과로 작용하고 있고 현재가 내생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인과의 그물은 성글게만 보여도 물 한 방울도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도인은 인과를 초월한 사람이 아니라 인과에 어둡지 않는 사람이란 말이 있습니다. 백장스님의 법문입니다. 오늘을 사는 마음이 바로 내일과 내생의 내 모습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야기하면서 인과를 믿지 않는 사람들, 불교를 이야기하면서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은 세상입니다. 하늘나라나 부처님 나라로 가라면서 열심히 표는 팔아 챙기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그곳에 갈 의사가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신경 쓰거나 이끌리지 말고 스스로의 마음을 되살피고 다스리는 외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우리들의 진정한 벗은 언제나 창찬과 찬탄으로 격려를 해 주시는 시방의 부처님들이기 때문입니다. 몰라서 끌려 다니는 삼계는 괴로움의 땅이지만 알고 즐겨서 가는 삼계는 우리들의 놀이터입니다. 삼계로의 여행, 우리들의 마음 속 여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