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경험한 위빠사나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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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6.11.22 조회5,372회 댓글0건본문
위빠사나 수행의 정신치료적 유용성
명상은 고요한 가운데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의식을 우리의 몸과 마음에 두고 집중하는 것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체득할 수 있다. 우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신체적인 고통이든 정신적인 고통이든 그것을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지켜보면 고통이라는 그 현상을 있는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
매주 일요일 정기법회는 명상 초청 강연으로 이루어집니다. 11월 초청강연은 신경정신과 전문의이신 전현수 원장님을 모시고 진행합니다. 전현수 원장님은 위빠사나 수행을 바탕으로 한 명상 치료를 연구중이시고, 이와관련된 다수의 책과 논문을 발표하셨습니다. 뜻깊은 강연이 될 것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우리는 보통 과거의 경험으로 현재 일어난 일에 반응한다. 좋고 싫은 감정적 반응도 따라온다. 그래서 현재 겪는 고통이나 즐거움이 증폭된다. 예를 들어 모기가 물었을 때를 한번 보자. 모기가 물어서 가려울 거라는 예상과 과거 모기에 물려서 괴로왔던 기억, 기분 나쁜 것, 또 물리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 등이 실제 모기가 물어 가려운 것에 부가된다. 긁기라도 하면 다음날에 더 심해질 수 있다
모기가 물었을 때 그 순간에 있는 그대로 느껴보면 우선 과거에 바탕을 둔 앞서 말한 정서적인 반응이 빠지니 가려움이 훨씬 덜한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모기가 물었을 때부터 가려움이 시작하고 끝날 때 까지를 완전히 지켜보는 것이 반복되면 다음에 모기가 물때 그 과정이 예상된다. 그러면 지금은 가렵지만 좀 있으면 사라질 것이다 하고 좀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긁지 않으니 뒤에 후유증도 없다.
정신적인 고통도 마찬가지다. 정신적인 고통이 있는 순간에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면 과거의 영향은 떨어지고 현재의 고통만 느껴진다. 현재의 고통 그 자체는 고통의 정도가 적고 때로는 지켜보는 순간 싹 없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정신적인 고통을 느낄 때 과거가 검은 구름처럼 우리를 덮친다고 볼 수 있다. 그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면 과거가 걷히면서 현재의 고통만이 느껴진다.
어떤 정신적 고통도 일어났다가는 사라진다. 그것을 반복해서 지켜보면 모든 것은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안다. 그래서 괴롭고 힘든 일이 닥쳐도 조금 있으면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좋은 일이 생겨도 조금 있으면 사라진다는 것을 알아 괴로운 일이나 즐거운 일에 담담해 진다.
명상을 통하여 관찰적 자아가 강해진다. 자기를 지켜보는 힘이 강해진다. 마음에 동요나 힘든 일이 있어도 불안으로 반응하지 않고 외부현상이나 자기 자신 내부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여 적절한 반응을 하게 된다. 과거에 해오던 방식대로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서 최선의 길을 모색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명상은 과거를 놓는 훈련이다. 그러나 모든 과거를 다 잊어버리고 놓는 것이 아니라 기억은 하지만 현재에 맞지 않고 고통을 초래하는 과거의 반응은 현재에 맞는 적절한 반응으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어떤 면에서는 고도의 컴퓨터라고도 할 수 있다. 순간 순간 자동으로 사고하고 자동으로 움직인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효율적으로 이루어 져야 한다.
명상은 우리자신을 순간순간 업그래이드 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적절한 것은 유지시키고 맞지 않는 것은 순간순간 수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과거를 정화하는 작업이다.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는 무지, 욕심, 미움을 보면서 그것들이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도록 한다. 그런 마음이 올라오면 올라오는 대로 그냥 지켜본다. 이 과정을 통해 마음이 정화된다.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보면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인과의 법칙을 깨닫게 된다. 지금 우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상태나 처지에 있을 때 그렇게 된 필연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지금 있는 모습을 받아들이게 된다. 현재를 받아들이지 못할 때 화가 나고 원망이 되고 남과 비교하게 되고 정신적인 안정을 잃게 된다. 현재를 받아들이게 되고 지금의 내 행동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을 알고 노력하게 된다.
명상을 통해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 생활화되면 어떤 반응이나 감정이 일어날 때 초기에 그것을 알아차리고 다스릴 수 있다. 또한 화가 났을 때 호흡에 집중함으로써 화가 가라앉는 것을 경험할 수 있고 스스로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명상을 통해 자기 자신을 관찰할 준비가 되어있으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우리를 힘들게 하는 과거 경험이 명상을 하는 중이나 생활 중에 떠올라 그것을 다시 경험하고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