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뜻대로 임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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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6.11.24 조회5,390회 댓글0건본문
지난 한 50여일 동안 환자와 비환자를 놓고
아침을 열은듯합니다.
처음 일주일은 누가 봐도 환자였고
스스로도 환자임을 부인할 겨를이 없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환자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운동도 살살하고 전화라도 올라치면 씩씩한 목소리로
비환자임을 들어내려 애쓰는 순간
청천벽력같은 의사 선생님의 냉정한 한 마디.
"환자분 병명은 대장암입니다"
그 당혹스러움이란........
번개처럼 스치는 관세음보살님.....
손에 잡고 있던 염주알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돌리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정신을 가다듬고
의사 선생님과 다음 순서를 차분이 상의를 했습니다.
"장내시경을 하고 조직검사를 하고 현재 상태는 전이 된 부분은
없으니 조직 검사 결과에 따라서 수술하시면 간단합니다"
수술이 간단한 것이 있겠습니까만 다른 곳보다는 간단하다는
말인 것 같았습니다.
하자는 대로 하루에 다 했습니다.
위내시경, 씨티촬영, 대장내시경, 조직검사..
일주일을 빈 속이니 검사하기는 좋았지요.
내일 퇴원할거라고 안와도 된다고 큰소리 치고
씩씩한 척 했던 마눌의 "빨리 와요" 이 짧은 한마디에 놀라
출장 갔던 남편은 만사 집어 던지고 날아왔고
친지 가족들은 검사 몇개 하고 병실에 돌아와 보니
모두 찾아와 그저 먼산 바라기가 되어 있습니다.
서로 눈이 마주치면 울어버릴까봐
서로 피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어디 가서 실컷 엉엉 울고 싶었습니다.
씩씩한 척하며 상황을 설명하니
가족 모두 병원을 옮길 것을 권합니다
부처님 가피로 큰 병원을 쉽게 예약이 되었고
조직 검사에서는 양성 반응이 나와
병명은 대장암의증으로 변경이 되어
안도의 한 숨을 쉬게 되었고
큰병원에 가기 위해 서둘러 퇴원을 했고
일이 원활이 잘 되어 가는 듯했는데,
큰병원 처방을 받아 장비우는 약을 먹고
장은 비워지지 않고 검사도 실패로 끝나고
처음 병원에 실려가는 느낌이
다시왔을 때는 정말 암인가 하는 약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늘 내곁에 계셨습니다.
쪽지 한 통 "보살님 아프다면서요.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요."
제가 가끔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청을 넣었던 스님(한의사)이시니
이렇쿵 저렇쿵 설명을 드리니
금방 한약 처방전을 내려 주시며
서둘러서 지어다 먹으라고....암 아니라고..
혹시 암이라해도 성급하게 하지 말라고...
그 약 먹으면 확실이 좋아질거라고...
늘 명의가 아니라고 겸손하시던 스님이
이번에는 확신이 찬 명의의 말씀을 보내 주셨습니다.
그 밤에 경동시장에 있는 친구한테 전화를 하니
새벽 일찍 나가 약을 지어서 다려 놓고 갔다 줄까
나올래 합니다.
병명 모르면 비환자 라고 씩씩하게 나가 약을 받고
점심도 얻어 먹고 놀란 친구 내가 먼저 위로하고..
그 약을 먹으면서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우선 뱃속이 따뜻해짐이 왔고,
배가 따뜻하니 허리가 펴짐을 느꼈고,
약 맛도 먹기 좋고,
다음 검사를 위해 장 비우는 약을 먹기 전에
또 아플까봐 약 먹기 힘들은 것은 투정쯤에 불과했습니다.
이번에는 약 먹기전에 부처님께 어리광도 피우고
보초병(언니)까지 세우고 약을 먹었는데
신기하게도 하나도 아프지 않고 물약 4L를 먹었습니다.
힘이야 들었지만 검사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장이 덜 비워졌다고
병원 복도에서 또 약을 2L를 더 먹고 재검사를 했지만
역시나 장이 다 비워지지 않아서
검사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다시 날을 잡고...
다시 한약을 더 지어서 먹으라고 하시는 말씀에
또 약을 지어 먹고
장검사 총 5번째를 하러 가기 위해 준비를 했습니다.
약도 수월하게 먹고 배도 하나도 안아팠고...
그런데 이번에는 검사하는 의사들이 의아해 합니다.
어디지? 이상하다, 이거 뭐야,
어디갔지?...연신 의심의 말을 던지며
남들보다 10분을 더 검사를 합니다.
검사를 다 마쳤다는 말에
"조직 검사를 했나요?
아니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진통제로 어지럽지만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순간 내게 스칩니다.
부처님 뜻대로 였구나...
부처님 뜻대로 검사 몇번씩 제대로 못하게 하여
시간적인 여유 주셨고
오늘은 다 나았으니 검사해 봐라 해서 하게 해 주셨고,
이 모두가 부처님 뜻대로.....
내 뜻대로,
내 멋대로, 살아온 줄만 알은 우매한 내게
"너 이제까지 부처님 뜻대로 산거야 알았어?.
니 뜻대로과 아니고 내(부처님) 뜻대로.."라고 하시는 듯하였습니다.
힘들 때마다 "부처님 뜻대로 하소서" 하고 발원을 하긴 했어도
가슴 절절하게 부처님 뜻대로 임하지 못했던 것이 다 들켰습니다.
세상사 빠름도, 더딤도, 어려움도, 아픔도,
즐거움도, 사랑도, 미움도, 스침도, 인연도...
모두 부처님 뜻대로 임을 확실히 깨우치며
내 인생의 중간 점검을 아주 잘한 50여일의 해프닝입니다.
50여일 동안 같이 아파해 주고
같이 기도해 주고
같이 가슴 모아 준 모든 인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울려주는 북소리가 더 깊이 새기고
더 사람답게 불자다워지라고 독촉하는 듯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불기 2550년 9월 그믐날 밤에...)
다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