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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는 수행의 시작이자 요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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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7.01.11 조회5,8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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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에 실린 각묵 스님 글인데요, 송파9구 공덕림 보살님께서 link 해왔네요. 각묵 스님 강의도 있고해서 글을 올립니다

 

 

          해체는 수행의 시작이자 요체

 

                            각묵스님/ 논설위원.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한때 우리나라에는 ‘문단속 냉장고 광고’가 유행한 적이 있다. 초기경에서 부처님이 강조하여 말씀하신 수행의 출발점도 문단속이다. 여기서 문단속이란 눈, 귀, 코, 혀, 몸, 마음의 여섯 문을 단속(samvara)하는 것을 말한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매순간 이러한 여섯 문으로 대상과 조우하고 접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눈 감고 귀 막아서 대상을 거부해버리는 것은 문단속이 아니다. 그러면 어떤 것이 문단속인가? 다행히도 부처님께서는 초기경들의 여러 곳에서 정형구로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말씀하고 계신다.


눈. 귀. 코. 혀. 몸. 마음의 단속


“눈으로 형상을 봄에 그 표상(全體相)을 취하지 않으며, 또 그 세세한 부분상(細相)을 취하지도 않는다. 만약 그의 눈의 감각기능이 제어되어 있지 않으면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이라는 나쁘고 해로운 법(不善法)들이 그에게 물밀듯이 흘러들어 올 것이다. 따라서 그는 눈의 감각기능을 잘 단속하기 위해 수행하며, 눈의 감각기능을 잘 방호하고, 눈의 감각기능을 잘 단속한다.”(귀, 코, 혀, 몸, 마음의 문에도 같은 방법이 적용된다.)


 여기서 보듯이 단속의 핵심은 대상과의 접촉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가져다주는 전체상과 부분상을 취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것이 전체상과 부분상을 취하지 않는 것인가. 〈청정도론〉은 이렇게 설명한다. “‘그 표상을 취하지 않으며’라는 것은 여자라든지 남자라든지 하는 표상이나 아름답다는 표상 등 오염원의 바탕이 되는 표상을 취하지 않는 것이다. 단지 본 것에서만 그친다. ‘세세한 부분상을 취하지도 않는다’는 것은 손, 발, 미소, 웃음, 이야기, 앞으로 봄, 옆으로 봄 등의 형태를 취하지 않는 것이다.”


 땅에 떨어진 머리칼을 보고 아무도 아름답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머리라는 특정한 곳에서 특정한 색깔과 특정한 형태로 여인이라는 전체상과 얼굴이라는 부분상에 묶여 있을 때 머리칼을 아름답다하고 그것에서 애욕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머리칼을 ‘단지 머리칼’로만 보면 그것은 애욕의 대상이 아니다. 김태희의 눈과 코와 입술이 아무리 예쁘다할지라도 그것은 전체상을 이루고 있을 때 이야기다. 눈을 빼고 코를 분리하고 입술을 도려내어 알코올에 담가두었다면 아무도 그것에서 애욕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머리칼, 눈, 코, 입술 등은 땅, 물, 불, 바람이라는 네 가지 근본물질들의 조합으로 구성된 것일 뿐이다. 이들을 아름답다 여기는 것은 우리가 관념적으로 취하는 전체상과 부분상에서 기인한 것이다.

 

‘부분’ 관찰하면 절로 無我 통찰


그러므로 전체상에서 분리하고 해체해서 개별적인 것으로, 독립된 것으로, ‘있는 그대로’ 관찰하면 눈이든 코든 입술이든 몸의 어느 부분이든 그것은 집착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전체에서 분리해서 보고 해체해서 보는 것이야말로 문단속의 출발이다. 이렇게 해체해서 보면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모든 존재의 최소단위(法, dhamma)들이 얼마나 무상하고 괴롭고 실체가 없는 것인가 하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제법의 무상이나 고(苦)나 무아(無我)를 통찰하여 거룩한 해탈을 얻게 된다고 많은 경들은 설하고 있고 주석서들은 강조하고 있다.


이제 동안거가 시작되었다. 이번 안거에는 ‘관념적 수행’에 함몰되지 않고, 해체해서 보는 ‘문단속 공부’부터 제대로 하고 거듭 닦기를 다짐해본다.


[불교신문 2285호/ 12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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