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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는 꼴깍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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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7.02.21 조회6,3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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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유홍준교수님이 이끄는 답사에 동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처음 폐사지를 알게 되었고 제일 처음 가본 곳이 남한강변의 폐사지로 거돈사지와 법천사지 였던 것 같습니다. 그 때의 기억에도 아주 많이 인상적이었고 폐사지의 애잔함이며 오랜 세월을 품고 지낸 고즈넉한 넉넉함을 온 몸으로 느꼈었습니다.

지난 불사모의 발걸음에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커서 시간이 되면 혼자라도 갔다 와야지 했는데, 어제 초하루 기도 입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아직 하늘은 잿빛이지만 봄기운이 스며든, 거리의 공기는 벌써 가슴을 설레이게 했습니다.

그 설레임으로 내달린 곳이 바로 원주였네요.

지대방에 광명장보살님이 정리해 놓으신 글을 프린트해서 해지기전에 다 보고 오리라 마음먹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섰습니다.불사모의 탐방 후 이곳에 올려진 사진에서 거돈사지의 그 느티나무가 저는 그렇게 낯설 수가 없었습니다. 탑과 좌대,탑비,  넓은 공간의기억은 선명했었는데 그 나무 기억은 별로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거돈사지에  딱 도착해서 차를 세우고 내리니 석축 끝의 느티나무가 바로 기억이 생생한 그녀석이지 뭡니까.

거돈사지는 해질녘이 일품이라며 그 10여년 전에도 해질녘에 갔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예정된 것은 아니지만 또한 그 시간이 되었네요. 느티나무를 보며 기억이 생생해진 것 처럼 그 때 유홍준교수에게 들은 이야기도  떠올랐습니다.

<어느 노처녀딸을 늘 근심스럽게 생각하던 엄마가 들일을 마치고 논두렁에 나란히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이것아..해가 만날 중천에 떠 있는 줄 알어? 중천에 떠 있을 땐  시간 가는 줄 모르제...지는 해를 봐..지는 해는 꼴깍이여..>

노처녀 딸을 지는 해에 비유해서  꼴깍 늙어지기전에 얼른 시집가라고..^^

지는 해는 꼴깍이니 얼른 거돈사지에 가서 일몰을 보자고 바쁘게 발걸음을 했던 십년전의 기억이 생생히 나더랍니다.

이번에도 늦은 오후에 나선 걸음인지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했건만 이미 지는 해는 꼴깍 넘어가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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