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수련법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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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7.04.29 조회7,325회 댓글0건본문
수련법회를 다녀와서
아침반 황혜숙
조계종 불광사 불교기본교육과정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수련법회를 앞두고 멀미걱정과 혼자 떠난다는 미지의 두려움에 며칠 전부터 두통이 심해졌다. 혼자서는 먼 길을 다녀 본 적이 없는 내 가슴은 끓어 오르는 두려움과 ‘무슨 핑계라도 만들어 포기할까?’ 하는 나약함에 방망이질을 해댔다.
하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이번 불교교육에서 나를 돌아보고 작은 깨달음을 통한 생활의 변화를 받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컸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서울을 출발하여 새벽녘에서야 우리 일행은 해인사의 깊은 적막을 깨고 경내에 들어섰다. 조금 쌀쌀한 밤공기가 몸을 움추려 들게 하고, 잠이 덜 깬 몽환상태가 이어졌지만 영혼을 두드리는 웅장한 법고 소리가 강렬함으로 다가와 졸음을 달아나게 했다. 둥! - 둥! - 둥!...
새벽 예불 후 아침공양을 마치자 드디어 어둠에 가려졌던 천년고찰의 웅장함과 형언할 수 없는 고고한 자태가 눈앞에 펼쳐졌다. 실로 기품있는 예스러움이 느껴졌다. 옛 고사들의 발자취를 따라 백련암에서 대웅스님의 지도아래 108배가 이어졌다. ‘아! 어쩌나-, 한번도 해보지 않았는데...무척 힘들다던데..’라는 생각이 순간 스치듯이 지나갔다.
한배, 두배...열배. 스무배... 드디어 가슴이 미어오고 울음이 복받쳤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할 수 있을까?’하는 근심보다는 어느 듯 온 정성을 다해 나의 나약한 의지와 체력에 대항하며 절을 하고 있었다. 백배가 넘어가면서 벅참과 환희가 느껴졌고, 한번씩 몸을 수그릴 때 마다 육신은 고통에 아우성 쳤지만 정신은 더욱 맑아지고 깨끗하게 정화되는 것 같았다. 정말 살아오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소중한 그 무엇이 내부로부터 솟아오르고 찰나간이지만 바쁘고 힘든 현실에 전전긍긍하며 지냈던 지난 30여년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고 마음속을 짓누르던 규명하기 어려운 응어리가 해소되는 듯한 희열을 맛보았다.
절을 마치고 나니 그동안 사소하게 느껴지던 풀냄새, 새로이, 신선한 바람까지 새삼 감사함과 아울러 그 뜻을 기리게 되고 의미를 부여하는 심안(心眼)을 가지게 된 것 같았다.
백련암에서 108배후 대웅스님과 아침반
돌아오는 차 안, 나약함과 두려움을 떨치고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며 108배를 정성스럽게 공양했다는 자신감에 몸은 조금 쳐지고 무거웠지만 가슴 하나 가득 작은 희망의 씨앗을 소중히 품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