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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사랑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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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7.05.24 조회7,8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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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사랑이란 무엇인가?

 

 

 

나는 처음 당신의 말을 사랑하였지

당신의 물빛 웃음을 사랑하였고

당신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였지

 

당신을 기다리고 섰으면

강 끝에서 나뭇잎 냄새가 밀려오고

 

바람이 조금만 빨리 와도

내 몸은 나뭇잎 소리를 내며 떨렸었지

 

몇 차례 겨울이 오고 가을이 가는 동안

우리도 남들처럼 아이들이 크고 여름 숲은 깊었는데

 

뜻밖에 어둡고 큰 강물 밀리어 넘쳐

다가갈 수 없는 큰 물 너머로

영영 갈라져버린 뒤론

 

당신으로 인한 가슴 아픔과 쓰라림을 사랑하였지

눈물 한 방울까지 사랑하였지

 

우리 서로 나누어 가져야 할 깊은 고통도 사랑하였고

당신으로 인한 비어있음과

길고도 오랠 가시밭길도 사랑하게 되었지      ---   사랑의 길(도종환)  ----

 

 

 

화요일의 정기 기도를 마치고 책상 머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객석을 바라보고 있는 삐에로처럼 허전함이 밀려온다.

고행을 통해 난행을 한다는 수행자가 이런 감정에 휩싸이고 있다니,

혼자 머쩍어 고개를 저어본다.

아마 도종환님의 시가 나의 감정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

 

사랑은 중생들이 느끼는 최고의 탈이기적인 감정이다.

그런 감정이 이웃과 사회로 확대되는 것이 불국토의 완성인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의 감정에는 또 한 가지의 무서움이 도사리고 있다.

"집착"

사랑은 결국 이 놈에게 굴복하여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위의 시에서는 그 대상이 사라져 버렸다.

집착의 감정이 나오기 전에 그 대상이 소멸해 버린 것이다.

존재의 부재가 존재의 가치를 더욱 승화 시킨 것이다.

그래서 연예는 밀고 당기기를 잘해야 한다고 하나보다.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해야겠다.

불교에서는 중생이 윤회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이유가 이 갈애,

즉 몸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본다.

윤회란 무엇인가?

쉽게 얘기하면 다시 이 사바세계에 태어나서 고를 받고 또 그렇게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천상에 태어나는 천신들도 윤회를 한다.

그들도 복이 다하면 인간계로 떨어져 윤회하게 된다.

불교의 지상과제는 윤회의 고리를 끊는 것이지,

천상에 태어나거나 좋은 몸을 받는 것이 아니다.

존재의 완전한 소멸, 이것이 불교적 수행의 목적이다.

즉, 소멸을 사랑하는 자만이 영원이 죽지 않는 것이다.

왜? 

태어나지 않으면 죽음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봄이 되면 화려하게 피는 벗꽃을 사랑한다.

그 꽃구경을 하기 위해  여의도나 진해는 교통지옥이 된다.

그러나 꽃이 지고 나면 모두 각자의 삶 속으로 돌아가 버리고,

꽃잎은 바람결에 이리저리 쓸쓸하게 뒹군다.

바라봐주는 사람 하나 없이 그렇게 내년을 기약하면 무대의 뒤편으로 사라져가는 것이다.

우리는 탄생, 아름다움, 싱싱함만을 편애한다.

그러나 존재의 부재까지도 사랑해야 그것이 진정한 사랑인 것이다.

 

어느 유명한 대학교수는 주례사에 꼭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고 한다.

진정한 사랑이란, ......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함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나는 당신이 부유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이 미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랑합니다.

 

불교적 사랑의 가치는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지만,

이러한 사랑만이 우리 주위에 가득하다면

사랑,

그것은 한 번 해볼만한 아름다운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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