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차 한 잔 - 각묵스님 / 아비담마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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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7.05.23 조회7,850회 댓글0건본문
불광에 오면 언제나 좋은 일들이 생깁니다.
그 중엔 부처님의 원음(팔리어 초기경전)을 번역한 역자인 각묵스님으로부터 직접 열강을 듣는(짧게 해도 배당된 두 시간에다 30분에서 한 시간까지도 연장이 되는) 행운도 있습니다. 2006년 봄 불광교육원에는 10주에 걸친 각묵스님의 [금강경 역해]강의가 있었고 올해엔 12주의 [아비담마 길라잡이]강의가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작년의 강의에서 산냐(인식, 개념)를 극복해야 법을 볼 수 있다는 부처님말씀을 철저히 배웠다면 올해의 강의는 법을 보는 가르침 즉 열반을 증득하는 가르침인 아비담마에 관하여 배우고 있습니다.
일체법을 분류하고 설명하여서 법의 무상, 고, 무아의 통찰을 통한 해탈열반을 실현하게 하기 위한 체계적인 가르침인 아비담마(Abhidhamma)는 아무런 방편이 붙여져 있지 않아 어찌 보면 딱딱하고 냉정하고 불편한(?) 가르침일 수도 있었는데 이러한 면은 각묵스님의 고뇌의 산물인 “직무유기, 이영애, 웰빙커피”등의 비유로 다소 수월하게 건너가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이십여 년 전
경남 안의군에 있는 어떤 포교당에는 아이들의 고함과 젊은 스님의 좀 더 큰 고함과 졸망졸망한 머리 위에 쏟아지는 경쾌한 죽비소리로 가득했다고 합니다. 법회 때뿐만 아니라 등하교 길에 포교당에 들러 놀다 가고, 쉬는 날엔 스님들께서 마당에 설치해주신 텔레비전으로 만화영화도 실컷 볼 수 있었답니다. 아이들 마음을 헤아려주신 스님의 노력으로 당시 안의초등학교 830명 중 800명이 법회에 참석하였다고 하니 그 활기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당연히 1986년 그해의 조계종 포교대상자는 각묵스님이셨다고 합니다.
지금 스님의 포교는 대상과 방법이 달라졌을 뿐 그 원력, 에너지는 여전하신 것 같습니다. 빠알리 삼장의 한글완역을 발원하여 2002년에 각묵스님과 대림스님 두 분이 설립한 초기불전연구원은 빠알리 삼장의 완역불사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묵스님은 2004년 <네 가지 마음챙기는 공부>와 <들숨날숨에 마음챙기는 공부>에 이어 2006년 2000여개의 주해를 포함해 19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디가니까야 :장부, 길게 설하신 경들>을 완역 출간하였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제대로 된 불교의 모습을 각 계층에게 보여주어 머지않아 한국불교 중흥의 굳건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큰 일이 오직 두 분 스님에 의지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현실적인 안목으론 거의 불가능해보입니다. 번역은 물론 편집까지 그리고 표지교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중요한 일에서 잡다한 일의 가치는 좀 세속적이긴 하지만 현재 화폐로 환산하자면 수억 원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이번 불광사의 아비담마 특강이
진행되는 사이에도 인드라망에서의 강의와 경주 불국사와 해인사에서의 강의로 봄이 언제 왔다 갔었는지도 모르실 스님 덕분에 저희는 새로운 인생의 봄을 기획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라도 확실히 전해주고자 열강을 하시고 다시 조촐한 실상사 화림원으로 가시는 스님의 뒷모습을 뵈니 어디서 경쾌한 죽비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정신이 확~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