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국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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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7.06.13 조회8,273회 댓글0건본문
유럽 성당에 사람이 없다.
예전에 어느 기업인이 “세계는 넓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의 세계는 좁고도 가깝다. 해외 여행이나 업무, 유학이 너무나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한국불교도 적극적으로 전법해야 할 때인 것같다.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나 미주 지역은 한국 사찰과 스님들이 많이 진출했다. 하지만 아직 아프리카나 유럽은 한국불교가 많이 전파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유럽의 중심인 영국에서 살면서 느꼈던 유럽과 영국의 한국불교 현황에 대하여 간략하게나마 소개하자고 한다.
유럽에는 로마가톨릭이 국교 또는 강세인 나라들이 많다. 하지만 오늘날 그 신심이나 의존도는 매우 낮다. 예전부터 대대로 내려오던 집안 내력으로 그냥 생각할 뿐 신앙활동은 거의 하지 않으며, 대형 종교시설도 입장료를 받아 겨우 유지되고 있다.
근래에 들어 유럽에는 불교와 이슬람이 많이 퍼지고 있다. 불교는 지식인들을 통해 정신적 수행방법으로, 이슬람은 빈민이나 서민층을 통해 공동체 생활로 전해진다. 그러나 유럽 내 한국 불교는 6개 사찰과 7명의 스님이 전부다.
영국에 있는 연화사 전경.....
영국의 종교현황과 불교
영국의 종교는 국교를 성공회로 정하고 있다. 헨리 8세 시절 로마가톨릭에서 독립하여 영국의 국교로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 영국인들의 신앙활동은 극히 미미하다. 주말이면 가정에 충실한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타국적 국민들이 많이 들어와 다양한 종교가 나름대로 신행활동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폴란드인들은 로마가톨릭의 성당을 많이 찾는 분위기다. 이방인들로 인해 성당과 교회가 그나마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도인과 중동인들을 통해 힌두교와 이슬람이 많이 전파되고 있다. 인도의 갑부와 중동의 유전회사에서 투자를 많이 해, 영국 전역에 대규모 사원들이 들어서고 있다. 심지어 오늘날의 옥스퍼드 대학은 신학보다는 이슬람 학문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불교는 오래전부터 동양의 종교라고는 알고 있으나, 신앙적 접근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영국내 불교는 3%, 120만 명이라고 영국불교협회(British Buddhism Society)에서는 집계하고 있다. 영국불교협회는 런던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데, 1924년 설립되어 선방과 도서실 등 영국 내 300개소에 불교도들을 연결시켜주고 있다.
영국의 불교는 대부분 달라이 라마를 통하여 알게 된 티벳불교가 주류를 이루며, 태국이나 스리랑카, 미얀마 등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의 불교가 왕성하다. 요즘은 중국이나 일본, 대만 등에서도 전법을 하고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참고로 프랑스는 틱낫한 스님이 있어 불교의 수행법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태국은 국왕의 도움으로 영국에 대규모 사찰을 조성하여, 태국사회의 중심 역할을 한다. 티벳이나 스리랑카, 미얀마 등에서는 옥스퍼드 같은 주요 대학이나 도시에 작은 규모로 사찰을 많이 두어, 세계의 석학들에게 자기 나라와 수행법을 홍보하고 있다.
일본은 기업의 도움으로 사찰을 설립하여 기업인에게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국이나 대만은 중화권 사람들의 단합의 장으로 활용한다. 또한 영국인들에게도 자신들의 문화를 알리는 공간으로 사용한다. 런던 시내의 대만, 불광산사 분원은 시내 최고의 수행처라고 할 수 있다.
연화사 법당입니다. 조금 좁아보이지요?
영국의 유일한 한국 사찰, 연화사
영국에 한국인은 모두 4만여명 살고 있다. 교민과 주재원 가족이 2만 명, 학부와 대학원생 그리고 어학연수를 온 유학생들이 2만명 가량된다. 연간 방문자 수는 2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영국내 한국종교는 개신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데, 영국교회를 빌려 쓰는 한인 교회는 124개소, 350여 명의 목사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교회당 신자수는 그리 많지 않다. 심지어 신도의 수평이동으로 인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가톨릭 성당과 한국 성공회 성당도 건물을 빌려 쓰고 있으며, 원불교나 대종교, 천도교 등은 전혀 없다.
영국내 한국불교는 필자가 있었던 ‘연화사’가 유일하다. 대한불교조계종 직할교구 말사로 등록되어 있는 연화사는 1989년 6월 25일에 불자들의 원력으로 개원되었다. 이후 많은 스님들이 방문하였으며, 불자들의 신행공동체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국의 가정집 모양의 연화사는 대지 100평 가량에 1층에는 법당과 후원이 있으며, 2층에는 스님 숙소와 다실, 서재가 있고, 정원 건너편은 어린이 법당이 있다. 한국의 여느 사찰에 비교할 수는 없으나, 해외에서 갖는 의미와 개개인의 신심은 매우 크다고 하겠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 불교를 이어가고 홍보하고자 노력하는 마음은 단순한 기도를 넘어 정신적 수행처로서의 기능이 충분하다.
영국내 한국불교의 모습은 연화사가 전부인 양 보이지만, 70여 가구 250여 명의 불자와 유학생 청년 불자들의 저력은 교민사회 단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지인들에게 한국불교와 선풍(禪風)을 홍보함은 물론 한국문화를 알리는 장소가 연화사인 것이다.
지금은 석두 스님께서 연화사에 계십니다.
현지인들은 우리 발음 그대로 “이뭣꼬”하며 정진한다. 법당에 드나들며 3배도 항상 한다. 그들은 한국문화와 한국불교가 좋다고 하며, 한국인들도 한국인다울 때가 가장 좋다고 한다. 많은 현지인들이 물질문명에서 벗어나 정신세계를 공부하고자 노력한다.
연화사에서 현지인들은 차를 마시고 참선을 배운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불교를 배우고 수행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조금 아쉬운 것은 공간이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민과 현지인들은 불사를 위해 애쓰고 있는 중인데, 인연이 닿아 좋은 결과가 생기기를 기원한다.
우리의 좋은 선풍을 해외에도 널리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한국불교는 이제 세계를 무대로 전법하며 성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월간불광 2007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