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암 순례동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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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7.07.04 조회8,768회 댓글0건본문
당초 불사모 7차 탐방스케쥴엔 양평의 사나사로 차담에서 갈길을 정하였으나 우리네 일부의 마음엔 이미 봉정암이라는 큰 마음의 산에 가 있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봉정암 순례행렬이 이어져 매년 마음만 있어왔는데 몇 분의 도반께서 재촉을 하니 기쁘게 받아들였다... 내 맘을 미리 알기라도 한 것처럼 그 분들께 고마울 따름이다. 이러한 속사정을 두고 떠나려니 동참하지 못하시는 불사모에겐 죄송스럽다. 다른 문화행사로 준비하여 드리리라 마음먹고 길을 나선다...
어제밤엔 잠을 설쳤나 보다. 몸이 조금 무겁다. 간만에 큰 산으로 오르려니 준비된 몸도 아닌것 같고, 몇년전 경험했던 설악산의 변화무쌍 날씨 걱정에 우비도 넣고 속옷도 한벌, 외투도 두툼한 것으로, 그리고 공양미, 간식으로 먹을 육포.사탕.오이.건빵 등등 넣어보니 배낭이 한 짐이다. 어께에 둘러메어 보니 장난이 아니다.ㅎㅎ .
깨어보니 새벽시간이 바쁘다. 간신히 시간 마추어 불광사에 도착하니 다들 떠날 준비하고 계시는데 모습들이 모두 밝아 보인다. 그 모습에 가벼워지는 몸. 다행히 일기예보와 달리 날씨도 우리를 도와주는 것 같고 상쾌한 한강변을 따라 가는길도 다 이쁘게 보인다.
오전5시40분에 출발하여 백담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9시20분경이다. 이동버스로 백담사로 들어가는 길 자체가 절경이다. 신발끈 고쳐신고 본격적으로 봉정암을 향한다. 영시암 암자까지는 완만한 경사와 평지인 숲길인지라 청정지역 트레킹이다. 계곡으로 올라가는 길 곳곳에 작년수해의 현장복구가 완벽하게 이루어 지지 않은 흔적이 아직 보인다. 공사자재가 널려있는 것을 지나니 또 다시 올해 걱정이 앞선다. 벌써 장마시절인데... 빠른 공사추진으로 피해가 없기를 모두들 기원하고 오르니 그 덕인가 봉정암에 어렵잖게 오를 수 있었다. 오후 2시반경에 봉정암 경내에 도착하여 부처님께 참배하고 설악산을 기단으로 삼아 쌓아올린 사리탑 앞에 앉아 호흡을 하니 온 몸에 환희심이 들어온다....
일어나 내려 오려니 이제야 다리가 후들거린다... 이미 봉정암에 참배하신 선배님들의 무용담(?)에 잔뜩 겁먹었던 것에 비하여 체력이 조금은 남아있고, 시간도 해가 중천에 걸려있는 3시경, 이 참에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에 올라보자고 같이한 도반에게 제안한다. 우리의 일생동안 봉정암 오기도 어렵지만 대청봉 오르기도 쉽지않다고 강추하여 다섯명이 다시 뭉쳐졌다. 끝청에서 내려다 보니 봉정암을 둘러싸고 있는 바위군상들이 그 자리에서 볼때는 웅장하고 대단한 자연물이라 여겼거늘 여기에선 한주먹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처지아닌가(?). 내가 처한곳에 충실하여야 하지만 과하거나 넘치게 나타냄에 대한 교훈이라 생각되어 마음을 고쳐잡는다.
대청봉엔 90년,96년 두번 오른적이 있는데 날씨가 안좋아 주변 경치나 바다 구경도 못하고 되돌아간 기억뿐이라 오늘 정말로 맑고 푸른 하늘에 대자연께 감사를 드린다. 바람도 별로 없었던 중청봉과는 달리 대청봉은 여전히 쉽지않은 날씨다.. 맑은 하늘이지만 오랫동안 머무는 것을 방해라도 하듯이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잠시 기념표석 뒤로 몸을 안기니 따뜻하다. 가져온 떡과 과일로 허기를 달래고 다시 떠난다.오르면 내려가야 하는법. 내려가는 길도 즐겁다. 봉정암에서 기도하면서 밤을 지샐수도 있고 주봉인 대청봉도 올라보았으니 이곳에서의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저녁10시에 소등(민방위 등화관제 훈련이나 군대에서만 경험했었던 불끄기는 미리 경험한터라)에 별로 놀라지는 않았지만 세간에서의 습에 젖어있던 우리들로서는 선듯 잠이 오지 않는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보건만 울산에서 오신 선배형님들의 살아오신 이야기는 자정이 넘어도 끊이질 않고...,비는 천둥과함께 억수로 쏟아지고 하산하는 것이 걱정된다. 깜박했는데 우리방에 전등이 들어온다 새벽3시, 봉정암에 어렵게 올라왔는데 새벽예불에 빠질 수 없지. 차거운 물에 얼굴 담그고 발도 담그니 정신이 번쩍난다.
법당안에 들어서니 발디딜 틈도 없다. 입구에 겨우 한자리 만들어 지심귀명례... 예불마치고 언덕위 사리탑에 참배하고 108배를 올린다. 전면에 보이는 사리탑은 한 부분이며, 설악산 자락이 모두 부처님이 아니던가 ... 기도를 마치니 여명이 걷히고 산등성이가 눈에 들어온다. 밤새 많은 비가 내려서인지 안개구름이 계곡에 잔뜩 내려 앉아 환상적인 모습이다. 그 경치에 모든 님들이 신선이 된 듯 기뻐하신다.
오전 6시30분 미역국에 밥한술 그리고 주먹밥 한개를 안고 내려오는데 힘들었던 어제는 잊어버리고 오세암으로 내려가 보잔다... 봉정암기도 효력인가(?) 봉정암 순례의 이야기는 마무리를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그 때 그마음은 모두의 가슴에 남아있기에 그리고 글자로는 한계가 있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