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 생태문화지킴이, 드디어 그 싹을 틔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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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7.08.13 조회9,396회 댓글0건본문
본공스님의 자원봉사자 소양교육을 시작으로 불광 자원 봉사 센터의 생태문화지킴이 활동이 드디어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청소년이 주된 대상이지만 일반인들도 가족단위로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도심공간에서 생태문화지킴이활동이라고?
막연히 산과 들, 강과 바다와 같이 말 그대로 자연인 것들만 생태로 느끼는, 자연과 이미 낯설어져 있는 우리가, 이 도심에서 지켜야 할 생태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망설임없이 신청하였습니다.
더군다나 불광사에 다니면서 더 많이 애정을 갖게 된 석촌호수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될 것이 참으로 기대되는 일이었습니다. 사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인지라 명상이라는 꼭지가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마음가득 담고 있는 프로그램인데 행사진행도우미를 필요로 하니 어찌 함께 하지 않겠습니까.
목재 테라스로 꾸며진 수변 무대에서 눈을 감고 앉아 가부좌의 자세로 좌선을 하며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들여오는 소리에는 매직 아일랜드에서 들려오는 공포의 비명이나 차량 소음을 비롯하여 얼마나 많은 인공적인 소리들이 있나요. 소리의 근원을 하나 하나 따져 보기도 합니다.
인공적인 소음에 가려진 듯 했던 자연의 소리들을 들어봅니다. 나뭇잎이 바람결에 팔랑이는 소리, 매미소리, 새소리 등 많이 귀 기울이지 않아도 들리는 자연의 소리도 있음을 우린 알지요. 그러나 어찌 자연의 소리는 그 뿐이겠습니까.
석촌호수에서 물을 가르며 헤엄치는 오리들도 꿱꿱 거릴테지요, 계절에 따라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들에게 날아드는 벌들의 붕붕거림도 있을테지요, 비온 뒤가 숨 한번 제대로 쉬어 보겠다고 콘크리크 바닥으로 기어나온 지렁이들은 소리없이 나왔을까요? ( 본공스님께서 지렁이가 콘크리트 바닥에 있으면 어떻게 해야되나요?라고 질문하시니 ..밟아요~라는 답은 안나왔지만 그냥 둬요~라는 대답이 나왔었지요. 느릿 느릿 움직이는 지렁이가 비가 그친 뒤 해가 쨍쨍 내리쪼이면 그냥 말라 죽기때문에 집어서 흙 위로 놓아주어야 된다고 하네요. 저는 미처 생각 못했거든요. 다만 지렁이가 스스로 움직여 가야 될 것으로만 생각했었네요. ^^)
자연의 그 작은 소리들이 우리 인간의 귀에 들린다면 자연의 오케스트라도 소음이 되겠지요? 우리 귀에 들리지 않지만 자연의 소리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연에 한 걸음 다가서는 명상이 될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전날 게릴라성 호우에 놀라 여전히 비를 예보라는 통에 대원당에서 본공스님의 "내가 자연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화두로 좌선을 하게 되었습니다. 좀 아쉬웠지만 앞으로 기회는 많으니 얼마든지 해볼 수 있을테지요
드디어 싹을 틔운 불광 생태지킴이 봉사활동은 불광사 현관에서 기념사진도 한 컷 찍었답니다.
<자연알기>일환으로 맨 땅의 느낌을 느껴보자고 야심차게 준비한 맨발로 걷기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처음엔 신발 벗기를 두려워하고 귀찮아하는 지라 조금은 망설이며 시작했지만 일단 벗고 걸어보니 발을 씻는 곳에 도착해서는 이거 코스가 너무 짧은 거 아니야 하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징검다리처럼 나무토막으로 쭉 길을 만들어 놓은 곳에서는 두 사람이 짝을 지어서 한 사람이 눈을 감고 또 다른 한 사람이 이끌어 주어 무사히 길을 갈 수 있도록하는 장애체험도 해 보도록 하였으나, 참가 학생들이 낯선 이와 손을 잡는 것도 어색해하였고 운영자들이 열정은 가득하나 참가자들에게 프로그램의 의미를 공유하며 진행하는 데 있어 처음이라 조금은 미흡한 점도 있었습니다.
<자연알기>에 이어 석촌호수의 생태환경에 도움이 안 되는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 <자연돌보기>활동이 진행되었습니다. 두터운 면장갑을 끼고 쓰레기를 주었는데요. 신발을 신고 걸을 땐 잘 안보였던 유리조각들이 맨발로 걸으면서 보니 왜 이렇게 많았던지, 우선 제거 대상이 되었고요. 어디서나 곳곳에 숨어서 생태환경을 교란시키는 담배꽁초들은 여전히 많이 보였네요.
엄마와 자녀가 함께 하는 참가자도 많았는데요. 한 가족은 아빠 엄마와 두 딸이 정말 열심히 쓰레기들을 줍고 있기도 했습니다. 상상만 해보셔도 그 가족이 얼마나 화목할지 느껴지시죠! 아빠도 함께 하시면 가족화목이 저절로 되는 프로그램입니다. ^^
예보와 달리 비는 오지 않았고 오히려 비온 뒤 뙤약볕이어서 뜨거운 날의 쓰레기 줍기는 제법 난행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봉사 후 아이스크림은 더할 나위 없이 맛나고 시원했습니다.
나름대로 불광 자원 봉사센터의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으로 첫 포문을 연 사업인지라 어리숙함이 많았지만 사찰생태교육을 이수하고 이미 생태문화지킴이로 나선 봉사 활동 자원 팀이 이번 기회를 통해 꾸려졌고 그분들의 자연사랑과 열정 그리고 청소년과 호흡하려는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 더 활발한 활동이 전개될 것임을 행사 후 평가논의에서 절절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8월 25일, 불광 생태문화지킴이 두 번째 행사는 석촌호수의 지리적 역사적 탄생배경과 더불어 석촌호수를 에워 싸고 있는 꽃과 나무들, 호숫가의 수변식물들, 호수의 물 속에서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등, 보다 생태적인 관점에서 석촌호수를 알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불광사와 같은 도심사찰의 생태활동에 관심이 많은 숲 해설 전문가를 초청하여 진행한다고 하니 정말 기대가 많이 됩니다.
불광 생태문화지킴이 활동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싹을 틔워 제크의 콩나무처럼 쑥쑥 자라면 좋겠네요. 어? 제크의 콩나무는 혼자만 쑥쑥 자라는 건데..^^. 아무튼 앞으로 불광 생태문화지킴이활동이 알차게 꾸려져서 훌륭하게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