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 불광인② 배광식·함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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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7.09.09 조회9,729회 댓글0건본문
사랑 이야기 둘 그리고
사랑 이야기 하나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제2고보(지금의 경복 고등학교)에 다니던 종본 배광식님은 옆 학교인 진명여고에 다니던 자광수 보살님 댁에 영어교사라고 사칭하고 자유롭게 드나드셨다고 합니다. 당시 제2고보는 지금의 경기고등학교인 제1고보와 더불어 당시를 대표하던 명문 고등학교였고 더군다나 그 학생들 중에서도 점잖았던 이 학생은 누구에게도 의심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나 대학교 2학년 때 둘이 북아현동 고개를 넘으며 데이트 하다가 배광식님의 선친과 딱 마주치게 되었는데, 항상 신임하던 아드님의 안목과 선친의 안목은 일치하여 그 후 바로 자광수님은 집안에서도 인정받는 며느릿감이 되셨답니다. 지금도 이효리보다 아름다우신 자광수님께서 처음 배광식님댁에 인사하러 간 날 미래의 시아버님께선 노래를 시키셨다고 하는데 당시 경성방송국 여성합창부 지휘를 하셨던 분이니 얼마나 아름답게 노래를 하셨을지 가히 짐작이 갑니다.
그 후 그들은 혼인할 날짜를 잡게 되었는데 그날이 1950년 6월 27일(6.25전쟁 발발 이틀 후)이었고 그들은 신혼여행이 아니라 피난행렬에 끼어 부산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쟁으로 미뤄졌던 그들의 결혼식은 첫 따님이 일곱 살 되던 때에 비로소 올리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식민지, 해방, 남북대립, 전쟁, 수복, 유신, 민주화...우리의 근대사를 생각하면 불안한 굉음과 함께 이런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이런 시대에 지식인으로 살았다는 것은 아마도 온몸으로 거친 바람에 맞서야했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러는 와중에 몇몇 가지는 부러졌을 것이고 그럴수록 정신의 뿌리는 깊은 수원을 갈구했을 것입니다.
사랑 이야기 둘
대부분의 한국의 부모님이 그러하시듯 두 분 역시 자신들의 가장 좋은 부분만을 모아서 세 자녀를 키우시고 출가시키셨습니다. 그런 시기에 자광수 보살님께선 언니인 유심화 보살님의 권유로 불광에 다니시게 되었고, 법등활동 마하보디합창단, 사경반에서 불자로서의 보람 있는 생활을 하시는 보살님을 조용히 지켜보시던 종본거사님께서도 부처님의 영역권으로 들어오시어 1992년 광덕스님으로부터 수계를 받으셨습니다. 수계를 받은 10년 후에 법사로서의 눈부신 활동을 인정받아 대한불교법사총연합회에서 수여하는 포교상을 받으셨으니 그 10년이 얼마나 환희롭고 소중한 시간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이 세상으로 향하는 밑거름이 된다면 신을 통하여 느끼는 사랑 혹은 자비로 우리는 영적인 세상을 향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 법을 환하게 켜고 대자유인이 되어 떠나는 그 길이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였다고 거사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둘도 없는, 자상하고 다정한 도반인 보살님이 계셨습니다.
어떤 분은 자광수 보살님을 “빛나는 그림자”라고 말하였습니다. 몇 년 전 서초동으로 이사하시기 전까지 두 분은 인천에 사셨는데, 인천에서 잠실까지 멀다하지 않고 한달음에 오시어 불광 불교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시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시었는데, 당시 학우들은 지금도 두 분의 진지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거사님은 연이어 동국대 사회교육원에서 경전연구과정을 수료하셨습니다.
큰스님께서 전해주시는 부처님 말씀에 전율을 느끼곤 하셨다는 거사님은 갈 데로 가고 흐를 데로 흐르는 세상의 이치를 알고 나면 세상이 훤하게 보이고 걱정이 사라져, 항상 기쁘고 자신만만한 삶을 살게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마음의 뿌리가 가장 큰 근원에 닿아 그것으로부터 기운을 얻게 된다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답고 충실한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범부의 상태로 후퇴하지 않은 경지에 도달한 보살을 불퇴보살(不退菩薩)이라고 합니다. 이제 이 두 분의 불퇴보살님들은 집안에서나 사회에서나 즐겁게 전법하고 회향하는 원숙한 삶의 한 모범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자광수 보살님은 법등의 명등보살을 거쳐 선학보살님으로 불광보살들의 버팀돌로 계시고 종본 거사님은 불광대학의 교수로 불광인의 불법의 기초를 다져주고 계시며 군 법당에서 사회복지센터에서 그리고 명절이면 좋은 말씀을 기다리며 다가오는 친척들을 대상으로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기쁨을 맘껏 누리고 계십니다. 라일락 향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시며 자광수 보살님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잘나고 싶은 마음을 항복 받는 하심(下心)과 사무량심(四無量心)을 유지하고 단련하는 기회가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모든 인간과 존재들이 원한과 악의와 근심이 없이 행복하게 삶을 영위하기 바라는 따뜻한 마음인 자애(metta, 慈)로, 사람들이 괴로워할 때는 그들의 괴로움을 덜어주려는 연민(karuna, 悲)으로, 크고 작은 기쁜 일을 맞는 사람이 있으면 진심으로 그들과 더불어 기뻐해주는 마음(mudita, 喜)으로, 그러면서도 항시 담담히 마음의 바탕을 놓치지 않는 평온(upekkha, 捨)의 마음으로 우리의 주변을 환하게 지켜주시는 이러한 어른들이 계시니 참으로 든든하고, 앞으로 우리는 고민할 필요 없이 이분들처럼 살면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비밀리에 두 분이 준비하고 계신 일이 있는데 그것은 부부합동작품전이랍니다. 보살님의 탁월한 동양화 솜씨에 차별화되지 않는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거사님께선 인사동에서 과외수업을 받고 계신다고 합니다. 이 과외수업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지요? 멋진 두 분의 모습이 저희들의 미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불광사에서 발행하는 공감Plus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