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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축구 사랑, 송파여성축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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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7.09.09 조회9,7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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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소년 어린이들이 유니폼을 차려 입고 축구공을 차는 모습이나 젊은 여성들이 남자들 못지 않은 기량으로 드리볼과 킥을 하는 모습은 이제는 더 이상 놀라운 모습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송파구에 송파를 대표하는 여성 축구단이 있고 그 구성원들이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며 대부분이 기혼 여성이란 점은 사뭇 놀랍다.

 

  직업이 아닌 취미 생활로 축구를 즐기고 있고 축구를 해 본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주부들이 이제는 전국대회를 누비며 전국 최강임을 당당하게 외친다. 도대체 이 여성들은 누구이며 이 여성들을 유혹하는 축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1998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송파여성축구단이 창단 되었다.월드컵의 뜨거운 열풍을 입고 150명 가까운 여성들이 축구단에 모여 들었다. 일주일에 세 번씩 있는 고된 훈련과 연습을 당당히 견디고 남은 여성들은 현재 30명! 그 30명도 9년이란 세월 동안 실력 있는 젊은 선수들로 몇몇 교체되어 갔다. 창단했을 때만 해도 30대 40대였던 여성들이 이제는 40대 50대가 되었고 시간이 흐른 만큼 기량들도 향상되었다. 창단멤버로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불광사 보살님 한 분을 만났다.

송파 1구 2-4법등의 곽노경(법명 묘각심)씨는 송파구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찾아 갔을 때 약간은 상기된 표정으로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축구 때문에 인터뷰며 촬영도 몇 번 해보았어요. 가족들과 축구하는 장면을 촬영을 하겠다고 해서 남편과 대학생이 된 아들을 데리고 한강둔치에 나가서 축구를 했지요. 사실 그 때가 처음으로 가족들이랑 축구를 하는 것이었어요! 축구에 푹 빠져있는 나를 가족들은 의아해했지만 인정받기 위해 집안 일 이며 가족들에게 더 잘했어요.”


“그 동안 우승을 참 많이도 했어요. 장관기배 전국 여성 축구 대회에서 올해로 4연패를 했고 지자체 경기 및 소소한 작은 경기에서의 우승한 전적은 셀 수 없이 많아요.”

 

 

미용실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액자를 가리키며 여성 축구 단체우승사진이란다. 얼마 전에 송파구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결승까지 진출하게 되었는데 손님 접대 차원에서 우승까지는 바라지 않는다는 분위기였단다. 그런데도 우승을 해버렸단다. 그라운드 위에만 있으면 우승을 향한 집념과 열정이 우승을 향해 뛰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단다.


“라이벌이 있는데 신문선씨가 감독으로 있었던 마포구 여성축구단이에요. 2000년도인가 결승에서 만나게 되었어요. 신문선씨가 축구계에 발이 얼마나 넓겠어요! 모든 심판 판정이며 분위기가 마포구 쪽으로 기우는 것 같았죠. 판정에 불만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그냥 열심히만 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우승을 차지한 거예요!. 그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어요.”

 

그 이후 마포구는 더 이상 송파여성축구단의 라이벌이 되지 못했단다.


황당했던 대회도 있었어요. 태국에서의 원정경기였어요. 태국 선수들은 17세 18세 정도의 소녀들이었는데 알고 봤더니 국가 대표 선수들이었어요. 태국선수들이 우리와의 대회가 있기 전에 일본선수들과 경기를 했는데 패한 거예요. 그래서 만회라도 하려는 듯 우리를 무작정 밀어붙이더라고요. 주부들을 상대로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기를 하더니 결국은 10:0의 점수 차이로 종료되었죠!”

 

꽤 오래전 대회라서 지금은 이렇게라도 말을 할 수 있지만 그 때는 너무 처참했단다.


역시 우승을 해야 되요! 우리는 우승도 많이 했지만 우승을 안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여성 전용 축구장이 있기 때문이에요”

 

송파구청에서 여성 축구단을 후원해주고 있고 개인 후원자들도 여럿 있어서 축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잘 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성 전용 축구 구장이 있는 곳은 여기 송파구 밖에 없다고 한다. 그것도 천연 잔디구장으로!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는 곽노경씨를 쫓아서 며칠 뒤 축구장으로 향했다.

 

 송파 여성 전용 축구장은 방이동 성내천 둔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장마 비를 피해서 잡은 날이 비오는 날이어서 폭우가 한바탕 쏟아지는 장마철 오전에 겨우 도착하게 되었다. 인기 드라마‘애인’을 촬영했던 장소라 드라마틱해 보이는 몽촌토성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고 그 밑으로 초록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는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었다.


“오늘같이 장대비가 내리는 날이면 축구 연습을 할 수가 없습니다. 땅에 물이 고이고 잔디가 미끄럽기 때문입니다.”

 

감독님의 말씀이시다. 대신 다음번 연습 때에는 인조 잔디가 있는 구장으로 가니 그리로 와서 사진 촬영을 하란다. 그 곳도 실내는 아니지만 비가와도 미끄럽지 않아서 얼마든지 축구를 할 수 있단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지금 비를 피해서 축구를 안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모여 있는 방으로 잠깐 들어갔다. 5~6평 남짓한 방 안에 20명 정도의 여성들이 타원형을 이루며 앉아 있었다. 커피를 마시는 중이었나 보다. 빗물에 젖은 옷을 훔치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셨다. 감미로운 커피 향만큼이나 따뜻한 시선이 오고 간다. 아늑한 분위기 탓인지 처음 보는 얼굴들이 낯설지가 않다. 들어오면서 미소년으로 착각할 뻔한  젊은 여성이 3인용 소파에 앉아서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고, 좌우로 각각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여성들이 앉아 있다. 소파 옆에 2~3명의 젊은 여성들이 커피포트와 차 둘레로 앉아있다.


소파에 앉아 있는 미소년 같은 커트머리 최연옥씨는 놀랍게도 28살의 미시란다. 왼쪽에 더 어려보이는 분은 30대 초반의 코치님으로 여기 이 팀에서는 유일한 미스란다. 오른편에 왔다 갔다 무척이나 분주한 연주씨는 연옥씨와 무척이나 닮았다. 얼마나 어울려 다녔으면 저렇게까지 닮을 수 있을까 감탄하는 동안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학교 때 엄마에게 축구를 하겠다고 했더니 축구를 할 거면 연주와 같이 하라고 해서 그때부터 같이 하게 되었어요.”

 

최연옥씨는 실업팀에서도 축구선수로 활동했다고 한다.


연옥씨에게 실업팀과는 달리 왕언니들이랑 함께 있으면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맞은편에 나란히 앉아있는 왕언니 중의 한 명이

 

“ 어디 오늘 한번 두고 보겠어. 너 이야기 잘해라~”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어온다.

‘’아직 아이가 없는데 언니들이 올해 10월에 있는 경기 때까지 임신하면 안된다고 각방 쓰라고 해서 불만이에요!‘’

 

갑작스런 연옥씨의 말에 조용했던 방안이 떠들썩해졌다. 우리가 언제 그랬냐, 지방 원정 경기 때 마다 꼭 신랑들이 따라 와서 방 하나씩 따로 주지 않느냐, 우리들은 한 방에 5명씩 꾹꾹 눌러자는데 무슨 소리 하느냐며 야단법석이 났다.


오히려 한 선수를 가리키며

 

"저이는 불임이었어요! 축구를 해서 아이를 가지게 되었지요. 우리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임신한 몸으로 그라운드 위에서 연습하겠다고 뛰어다니는 바람에 우리가 말리느라 얼마나 노심초사 했는지 몰라요“

 

”애간장이 다 녹았어~“ 애정 어린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온다. 


축구의 규정이 많이 바뀌었다. 선수 자격이 송파구에 사는 기혼 여성이어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는데, 만 20세 이상 35세 이하의 기혼 여성이어야 하고 미혼일 경우에는 30세 이상 35세이어야 한다. 그리고 선수가 되려면 드리볼. 킥. 달리기 등의 테스트를 거쳐야만 한다. 이젠 어느 정도의 체력과 실력을 겸비해야만 축구 선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경기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실업선수들을 2명까지 합류 시킬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젊은 층만의 여성을 위한 생활체육이 되어 가는 것이 아니냐 싶다.

 

 그런데 경기 규정상 시합에 참여 할 수 있는 연령대의 선수 제한이 있어서 연령대 별로 다 함께 경기에 나간다고 한다. 20대는 2명 이하, 30대는 6명 이하, 40~50대는 3명 이상이라는 나이 제한이 그것이다. 그렇다보니 모든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팀워크가 중요하겠다. 그런 면에선 송파 여성 축구단은 당연 걱정이 없겠다. 어쩌면 수많은 트로피며 단체우승사진들이 이것을 증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곳에 더 있다가는 나도 발목이 잡히고 싶을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유소년 축구단도 이끌고 있는 35세의 노총각 감독님(본명 김두선)이 우산을 받쳐 들고 서 있었다. 감독님은 8년 전에 이곳으로 왔는데 주부들에게 축구의 기본부터 가르치는 것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도 당신보다도 나이가 많은 분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쑥쓰러웠단다. 오히려 나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단다. 그리고 지금은 서로가 너무 친해져서 친언니 친동생처럼 잘 지낸다고 한다. 친언니란 표현이 멋쩍으셨는지 다시 한 번 낮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미용실을 찾아 갔을 때 곽노경씨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감독님이 중간에서 참 편하게 잘 이끌어 주세요. 감독님 덕분에 나이 차가 많이 나는데도 선수들과 잘 지내지요. 그런 감독님이 없으세요. 그리고 평소에는 친하게 이름을 불러주세요. 그런데 경기 도중에 다급해지면 성도 생략하고 이름을 막 부르세요. 나보다도 젊은 감독님이‘노경아~ 노경아~’하고 부른다고 상상 해봐요.‘노경아’라는 소리만 들어도 갑자기 내가 막 젊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갑자기 내가 젊어져서 내가 그냥 그라운드 위를 막 뛰어다니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어디 가서 짧은 바지를 입고 다니겠어요! 그라운드 위니까 가능하지요. 그리고 젊은 선수들이 나보고‘왕언니’라고 불러요!. 왕언니 대우 받을 수 있는 곳도 여기죠. 젊은 선수들이 왕언니라고 불러주면 나도 젊은 언니가 되는 거예요......


-<곽노경 보살님은 원래 기독교인 이었는데 시어머니 49제를 절에서 모시면서 절로 발길이 닿았단다. 불광사에 다니신 지는 벌써 20년이 넘으셨고, 법등모임이며 상가기도며 빼놓지 않고 다니시는 등 솔선수범을 보이신다고 같은 법등 청정행 보살님이 칭송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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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불광사에서 발행하는 공감 Plus에 실린 글입니다. 공감Plus에 실린 글은 이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인터넷의 장점은 원고 매수에 관계없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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