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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반 하안거회향 순례법회로 회주스님을 모시고
사십여명의 법우님들과 함께 강원도 삼사순례 및 금강산 신계사를 향해
출발하려던 아침..동행을 서두르며 가을비는 촉촉히 내리고 있었답니다
차량 기도를 끝내고 바라보니 안개비 내리던 차창밖의 풍경은
한가위를 앞둔 초가을 풍경이 역력합니다
추수를 앞둔 고개숙인 누런 벼이삭, 대궁만 남아 서있던 황갈색 옥수수대,
잔잔한 안개꽃같이 하얗게 만개한 메밀꽃, 길섶으로 핀 알록달록 키 작은
가을 꽃들,초록잎 힘차게 감아오르던 칡 넝쿨,과수나무의 열매들..
구비구비 돌아가던 미시령에서 바라보던 산새의 아름다움과 멀리보이던
울산바위와 곧이어 펼쳐지던 하얗게 물보라 일으키며 파도치던 동해바다는
보살님들의 입에서 저절로 감탄사를 자아내게도 하더이다
언제나 변함없는 자연은 우리네 마음을 그렇게 빼앗가 버리고 맙니다
해안을 따라 아직도 소실(燒失)된 법당을 복원중인 낙산사를 참배하고
바닷가 홍련암에 다가서니 철석이는 파도와 내리던 빗줄기도 함께하던
비구니 스님의 독야청청 관세음 정근은 수평선 저 멀리 퍼져 나아가
그 법음(法音)은 지구를 한바퀴 돌아오는 듯이 느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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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버스에 올라 화암사에 내리니
모양이 워낙 빼어나 빼어날 수(秀)자를 써서 수암(秀巖)이라 부르는
일명 수바위는 산마루에 피어오른 안개때문에 나타났다~ 숨었다..
화암사는 민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스님들이 시주 구하기가 힘들었는데 어느 날 이 절에서
수행에 전념하고 있던 두 스님의 꿈에 백발노인이 동시에 나타나
수바위에 있는 조그만 구멍을 알려주면서 끼니 때마다 그 구멍에
지팡이를 대고 세 번을 흔들면 두 사람 분의 쌀이 쏟아져 나와
그 뒤 두 스님은 식량 걱정 없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었다지요
그런데 몇 년 후 한 객승이 이 이야기를 듣고 욕심을 내어
쌀구멍에 지팡이를 대고 수없이 흔드는 바람에
쌀보시는 끊어졌다는 전설이 있는곳...
화암사가 벼 화(禾)자에 바위 암(巖)자를 쓰게 된 것도
이 전설에 연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잠시 안개가 걷힌 틈을 타서 찰칵^^ 한 컷 찍었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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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으로 떠나기전 1박을 하기로 한 건봉사를 향하여~~렛츠고...!
어두움이 내리기 시작한 금강산의 끝자락..(아니 남쪽에선 시작..?)에
자리한 건봉사를 오르는길..불이문(不二門)을 지나니
며칠 내렸던 비 때문인지 계곡에선 폭포수가 떨어지는듯..콸콸콸~
고즈넉한 산사의 침묵을 깨뜨리며 흐르고 있었답니다
대중방에 달린 세면실에서 차례로 시원하게 세면도 하고
미역국에 콩나물, 무생체 비빔밥으로 산사 대중공양을 마치고..
법당에 모여 부처님전에 "지심귀명례~~~~" 산사가 쩌렁쩌렁
저녁예불 드리고 다함께 참선시간도 가진뒤 각자의 시간을~~~
기도를 더 하시려 법당을 지키는 분들..
서울에선 볼수없는 구름사이 간혹 보이던 별을 헤이는 분들..
우중의 여독을 풀려고 이른 취침에 드시러 가시는 분들..
차갑던 산사의 온돌방에 온기가 스미며 더해주던 행복감을
온 몸으로 느끼던 삼사순례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답니다
새벽 4시 도량석(道場釋)을 도시는 스님의 목탁소리에
다시금 법당에 모여 여법하게 새벽예불을 마치고 여명도 아직인~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정말.. 이른 아침을 먹었답니다
떠나기전.. 적멸보궁,부처님 치골사리를 친견하고
여명이 건봉사 지붕위로~기와 처마끝으로 부~~~~하게
비쳐 올 무렵 북측으로 가기위해 우리는 건봉사를 뒤로하고
출발을 서둘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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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의 분단이 한민족임에도 그 토록 어려운 통관을 거쳐야 가는 곳인 줄은
전후(戰後)세대인 저로선 몸소 겪고서야 비로서.. 조금은 알것 같았답니다
뭐~ 그리 복잡한 수속이 많던지요~~
남측 출입사무소를 출발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데는 불과 10 여분~
작은 "고압위험"이라 써진 표시판 그 것이 분계선이라는 것엔 한숨이 절로~
4Km의 비무장지대를 넘어간 그곳엔 이념 뿐 아니라
산도~들도~ 많이 다르게 느껴지더라구요
척박한 돌산이 눈에 들고 어느새 억새풀이 무성한 들녘엔
벼대신 옥수수 밭만 계속되고 연둣빛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우린 그 넘어로 가지 못하고 그들은 넘어오지 못하는 도로^^
새로 뚫린 그 육로로 자기를 "이 조장"이라고 불러 달라는
가이드 아가씨가 안내하는 현대아산 관광 버스를 갈아타고
서울서 타고 갔던 불광버스도~ 그안에 웬만한 짐도~ 남측에
놓아두고 간편한 것만 가지고~ 그렇게 북측으로 갔었지요
간혹 현대와 합작 농사를 짓는다는 비닐하우스가 보이기도 했고
황소가 개울가 옆에서 풀을 뜯고 집은 나즈막하니 드문드문..
나무 전보산대가 쓰러지듯 전선줄을 잇고 있고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아마도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을듯~~
그들은 육로가 뚫리며 다리가 놓여진 곳도 그곳으로 건너지 못하고
겨울에도 바지를 걷고 강을 가로 건넌다는 소리를 들으며
정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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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출입사무소 수속을 마치고 구룡연 관광을 위해
온정각 휴계소에서 잠시 쉬고 9시 반쯤 등반을 시작했답니다
다행히 오르는 길엔 햇살도 방끗^^ 등반하기는 그만인 날이었지요..ㅎ
아직 단풍은 물들지 않은 초록빛이 더 많은 나무들..
게르마늄 성분이 많아 연둣빛 컬러풀한 계곡 물..
인위적이기 보다 자연적인 바위..그 위에 끼인 이끼며~
금강산 일만이천봉이 무색하지 않을만큼
굽이도는 셀수 없는 산 봉우리엔..
가던 구름도 쉬어 넘는지~~ 하얗게 산마루에 걸터앉은
풍경은 정말 환상적이었구요...
관광을 위해 놓여진 것일까요..?
출렁다리를 건네며 가슴도 콩닥^^ 다리도 후둘후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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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길은 힘이 들었어도 구룡폭포까지...
높은 골짜기에서 저토록 시원스레 내리 부어지던 물줄기의
근원은 도대체 어디일까~~~?
어려서도 많이 해보던 생각을 하며...
팡팡~ 디카 눌러대며 요리조리 찍어 사진으로 남기고
너무도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며 신선한 공기를
가슴 듬뿍 담고 꼭대기엔 이제 하나 둘..빨간빛으로 물들던
단풍나무 너무 곱던 금강산 한줄기를 등반하고 하산했답니다
폭포를 오를때까지 참아주던 가을비 다시금 내리니
내려오는 산정에 걸린 운해를 바라보며 행여 "우리가
선녀가 아닐까~~?"하는 택도없는 상상을 하며
산을 거의 다 내려오는 지점에 위치한 "옥란관" 에서
된장으로 비벼먹는 비빔밥과 냉면..두가지 메뉴중
식성대로 골라 점심으로 먹으라며 티켓을 주었었거든요
안내에게 티겟을 주니 메뉴를 적어가더니
곧이어 에피타이저로 주는 것인지...
작은 각각의 접시에 만두 두개와 작은 감자 부침 두장
하얀 접시에 도라지, 고사리,오이지(?) 삼색나물 담아주고
아기 손받닥만한 가자미 튀긴것을 먼저 가져다 주면서
돈을 지불하고 먹는 메뉴를 따로이 권하니
2$ 짜리 도토리묵을 시켜먹으니 야들야들 맛나긴 하더라구요..ㅎ
그리고 그 후에 접시에 비빕밥을 나물얹어 된장과 함께 주는데
밥 양이 무지 많아서 반은 남기니 식당 아가씨..
일명 "접대원 선생님" 이 "왜 안드셨습니까..?" 되 물어서
너무 양이 많으니 다음부터는 조금씩 담고
밥을 따로 퍼서 공동으로 주면 덜 낭비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쌩끗 웃어주는데~~~
옛말에 "남남북녀" 라더니 정말 귀업고 이쁘던데요..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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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내려와 남북 공동 불사가 한창인 "신계사" 로~
신계사 법당에서 회주스님 집전으로 예불도 드리고
서울에서 그곳에 가 계신 스님으로 부터 말씀도 듣고
기와불사를 하고 하루속히 격차가 줄어들어 서로 힘겹지않은
통일이 이루어지기를 부처님전에 발원하며 기도하고
그치지 않고 하염없이 내리는 가을비와 함께
갈때와 똑같은 수속을 마치고 남측으로 돌아와~
"마하반야바라밀" 불광 버스를 타고
우중이었지만 원만하게 순례법회를 마치고
부처님전에 회향하였답니다.....^^*
우중에 우산도 없이..
옷 다 적셔가시며 끝까지 함께 등반 해주셨던 회주스님..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하고 이끌어주셨던 선방 임원여러분들..
함께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여
원만히 회향케 해주신 도반님들께 감사함을 전하며~~~~~
여행기를 이만 마감하려 합니다...^^*
♡본 자 운 합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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