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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등불로 오신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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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09.04.28 조회18,1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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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등불로 오신 부처님

사월 초파일, 밝은 태양이 대지를 따사롭게 감싸고 만발한 꽃들의 향기가 잔잔한 바람결에 그윽했을 화창한 봄날 룸비니동산에 아기 부처님이 탄생한 날이다.

그때 두 줄기 샘물이 솟아났으니 한 줄기는 따뜻한 물이, 한 줄기는 시원한 물이 쏟아져 아기 부처님을 목욕시켰다. 갓 목욕을 끝낸 아기 부처님은 손을 들어 하늘과 땅을 가리키고 사방으로 일곱 걸음씩 걸으면서 “하늘과 땅 위에 나(생명) 홀로 존귀하네. 온 세상이 모두 고통 속에 헤매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고 탄생게를 외치셨다. - 장아함경 -

  이는 평범한 아기의 탄생이 아니었다. 오랜 과거전생부터 중생구제의 큰 서원을 세우고 보살행을 쉬지 않으셨던 지극히 밝은 자, 깨달은 자의 탄생이었다. 하늘과 땅 그리고 저 지옥에 이르기까지, 육도의 중생계를 두루 비추며 자비광명으로 오신 것이다. 그 자비광명 속에서 너와 나 그리고 온 중생들이 지혜의 눈을 뜨고 새롭게 태어난다. 그것은 미혹과 탐착, 무명으로 인한 고통스런 삶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생명의 고귀한 본성과 존엄성을 억압하고 훼손하는 잘못된 가치관으로부터 벗어남이며 신분에 따라 인간의 계급이 나누어진 당시 사회의 모순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부처님의 탄생은 인간만이 아니라 하늘과 땅의 모든 생명들에게 큰 기쁨이다. 이처럼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의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 이 땅에 오셨다. 생명평화의 등불로 우리 곁에 오신 것이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찬란한 진리광명의 등불을 등진 채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탐욕스럽고 어리석은 무리들이 세상에서 판을 친다. 적자생존의 법칙이 우선하는 신자유주의 국제 질서 속에서 강대국들은 끝없이 탐욕을 키워 가는 반면 약소국들은 굴종을 강요받고 있다. 자본과 권력의 힘을 가진 강자들이 지배하는 지금의 세계는 강자들의 탐욕을 더욱 부추기고 약자들의 삶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악순환으로 치닫고 있다. 그 때문에 나라 안팎에서 더 큰 힘을 확보하기 위한 극한 대립과 폭력이 그칠 날이 없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의 작은 행복도 적자생존이라는 무대 위에서 언제 깨어질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 가고 있다 한다. 열심이 일하던 사람들이 일터에서 거리로 내몰리고, 가난이 대물림 되는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어 가고 있다. 양심을 등진 무리들로 인해 삶들이 좌절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풍요로운 삶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세상 곳곳에서 힘을 과시하고 있는 그들의 행위는 우리의 소박한 행복과 평화를 깨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생명의 평화로운 공존이 상생(相生)의 원리다.”라고 하셨다. 상생하는 사회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탐욕에 갇혀 있는 마음으로는 한 조각의 행복도, 탐착의 감옥에서 벗어난 자유도 얻을 수 없다.

  진리의 등불을 등진 탐욕에 대한 집착은 삶을 고단하게 할 뿐이다. 그것은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저 가까이 있는 듯한 환상을 잡으려 미치도록 달려가 보지만 그것은 언제나 저만치 멀리 있다. 남는 것은 고통과 상처뿐이다. 행복과 평화로운 삶은 탐착을 내려놓는 내 마음 자리에 있으며, 모두와 더불어 사는 삶 속에 충족되어 있다.

  어리석은 원숭이의 일화가 생각난다. 원숭이 사냥꾼들은 나무에 조그마한 구멍을 판다. 그 구멍은 원숭이가 주먹을 펴야만 손을 넣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다. 그리고 그 구멍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나무열매를 넣어 둔다. 그러면 원숭이는 나무 구멍에 손을 넣고 맛있는 열매를 손 가득히 움켜쥔다. 이때 숨어 있던 사냥꾼이 원숭이를 잡기 위해 다가온다. 원숭이는 필사적으로 달아나기 위해 손을 빼려 하지만 달아나지 못한다. 손에 쥐고 있는 열매를 놓고 주먹을 펴면 구멍에서 손을 뺄 수 있음에도, 겨우 한 줌의 열매 때문에 손을 펴지 않기 때문이다. 원숭이는 결국 열매 한 줌에 대한 집착 때문에 사냥꾼에게 잡혀 죽거나 평생 속박의 굴레를 쓰게 된다.

  집착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골백번 반복되는데 인간은 백만 년 동안 집착에 매달려 있다. 자신의 참 생명을 왜곡하고 세상을 불태우는 탐착이 부질없음을 깨닫는 순간, 삶은 고요해진다. 거기에 핵폭탄이 삶의 에너지로 바뀌고 배타적인 삶이 상생의 관계로 바뀌어 진정한 평화가 깃든다.

  “하늘과 땅 위에 나 홀로 존귀하네”라는 부처님의 최초 말씀은 인간이 본래 무한공덕으로 충만한 존재임과 동시에 그 어디에도 종속되거나 억압될 수 없는 인간생명의 권능과 존귀함을 갖추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는 말씀은 온갖 집착과 혼란의 굴레를 떠난 평화롭고 행복한 삶에 대한 희망을 열어 준다. 부처님께서 우리 곁에 오신 참뜻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본래 모습에 눈뜨게 하고 참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기 위함이며 우리 모두에게 충만한 무한공덕의 세계를 열어 가게 하기 위함이다.

  또 다시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우리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하며 산다. 서로 돕고 염려한다고 해도 겨우 가족의 범위를 넘지 못한다. 우리는 탐욕적이고 배타적인 삶의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오신 참뜻에 눈을 떠야 한다. 진정한 생명 가치 구현과 모두와의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진실한 마음의 등불을 켜야 한다. 온 세상에 평화의 등불, 자비의 등불, 지혜의 등불, 나눔의 등불, 쾌유의 등불, 통일의 등불, 효도의 등불을 켜 들고 어둠을 밝히려 나 밖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일, 그것이 우리 곁에 오신 부처님을 봉축하고 맞이하는 자세이다.

  불기 2553년 음력 4월 8일 부처님 오신 날                               공감프러스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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