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연구원 설립 취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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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10.07.07 조회21,348회 댓글0건본문
불교는 조선왕조의 억불정책으로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로 개항을 맞이했다. 외세와 서구종교의 유입과 더불어 밀려온 서구문물과 사조는 불교적 가치관과 삶의 양식을 낡은 과거의 유물로 낙인찍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항 이후 지난 100년 간 한국불교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4대문 안으로 승려들의 출입조차 금지되던 상황에서 다시 한국의 대표적인 종교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한국불교가 근대화와 서구화의 격랑 속에서 좌초하지 않고 지금처럼 발전하기까지는 새의 두 날개처럼 한국불교를 받쳐준 선지식들이 있어 가능했다. 수행(修行)과 정법(正法)을 위해 신명을 바친 선승들과 교화(敎化)와 전법(傳法)을 위해 헌신한 큰 스님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부처님 법대로!’를 기치로 봉암사 결사를 주도했던 성철스님이 수행가풍 진작과 조계 종지를 드높인 선지식이라면 불광법회를 창립하고 잠실벌에 불광사를 창건한 광덕스님은 전법교화로 불교대중화의 초석을 다진 선지식이었다.
광덕스님은 1982년 불광사를 창건한 이후 한문으로 된 의례를 한글화하고,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신행모델을 개척함으로써 도심포교의 새로운 이정표를 확립했다. 나아가 ‘반야바라밀’로 대표되는 법(法) 중심의 신행체계를 확립함으로써 기복불교의 한계를 넘어 한국불교가 지향해야할 현대적 방향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덕스님의 사상과 공적에 대한 심층적 연구와 객관적 평가가 뒤따르지 못했다. 이는 수행과 사상을 담당해 온 선지식에 대한 지속적인 조명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교학과 수행이 상구보리(上求菩提)를 추구하는 깨달음의 길이라면 전법은 하화중생(下化衆生)을 지향하는 자비의 길이다. 이(理)와 사(事)가 새의 두 날개처럼 균형을 이루고, 승가와 재가가 수레의 두 바퀴처럼 교단을 지탱할 때 비로소 불법은 수행자를 깨달음으로 인도하고, 사회를 선도하는 가르침이 될 수 있다. 이에 불광사는 불광연구원을 설립하여 전법교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광덕스님의 사상과 업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스님의 사상과 원력을 계승하는 것은 물론 불광사의 신행과 사상적 근간을 올곧게 확립하고자 한다.
광덕스님은 생전에 사회과학연구소를 설립하여 사회현안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통해 불교가 나아갈 바를 연구하고,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남다른 의지를 갖고 계셨다. 스님의 이 같은 유지(遺志)를 계승하여 본 연구원 또한 한국불교가 직면해 있는 제반문제에 대해서도 폭 넓게 연구하여 창조적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선지식들의 전법행을 잇고 한국불교 발전의 견인차가 되고자 한다.
이상과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불광연구원은 인물, 사상, 전법, 신행이는 네 가지 연구범주를 정하고 연차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 첫째, 인물분야는 광덕스님의 사상과 전법활동을 체계적으로 조명하여 불광행자의 신행지표로 삼기 위한 과제이다. 둘째, 사상분야는 현대적 상황에 창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응용불교학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한국불교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과제이다. 셋째, 신행은 인물과 사상을 통해 체득된 가르침을 바탕으로 불광행자가 견지해야할 사상적 원칙과 신행모델을 찾기 위한 과제이다. 마지막으로 전법은 광덕스님께서 전법오서에서 천명한 바와 같이 불법을 널리 전파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여 포교학의 새로운 전범(典範)을 확립하기 위한 과제이다. 본 연구원은 이상과 같은 4대 연구영역을 설정하고 각 범주에 해당하는 세부 과제를 설정하여 연구의 범위와 깊이를 심화시켜 나가고자 한다.
광덕스님은 이 땅에 찬란한 지혜의 광명을 밝히시겠다는 원대한 서원으로 불광법회를 창립하셨다. 불광연구원은 그와 같은 스님의 뜻을 계승하여 무명을 밝히는 사바의 빛이 되기를 서원하며 한국불교의 새로운 장을 열어 가고자 한다.
불기 2554년(2010) 7월 10일
불광연구원 이사장 지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