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이 흐르는 불광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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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14.12.29 조회34,382회 댓글0건본문
시와 음악이 흐르는 불광
2014년 12월 14일 일요일 오후 1시 30분 불광에서는 “시와 음악이 흐르는 불광” 이라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데 요란스러움에 ‘하면 얼마나 하려고’ 하면서 기대반 걱정반의 소리를 들으며 약 7개월에 걸쳐 준비한 행사는 막을 올렸습니다. 보광당 입구에는 시의 내용을 담은 시화가 전시되어 있어 행사장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하였습니다. 시화를 감상하고 있자니 곧 아름다운 보살들의 안내를 받아 보광당으로 들어갔습니다.
행사의 첫 무대는 대한민국 최우수상에 빛나는 불광사 청소년들의 사물놀이패가 열어주었습니다. 북, 장구, 꽹과리 등 타악기를 신들린 듯 신명난 청소년 법우들의 연주는 보기만 해도 기가 팍팍 들어 올 것 같은 생기발랄, 전국 최우수상이 그냥 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무대였습니다.
처음엔 법당에서 정신 산만하게 왠 사물놀이냐는 일부의 반대가 있었지만 정작 우려와 달리 관객을 일순간에 몰입시키며 온갖 소리로 산만했던 모든 이들의 정신을 한곳에 집중시키며 관객들을 압도했습니다. 객석은 조용해 졌고 무대는 청소년들의 열정과 신나는 타악기의 현란한 소리가 어우러져 모두를 무아의 지경에 이르게 했습니다.
혜광 공성윤 거사와 개그맨 출신의 대원경 엄정필 보살의 오프닝 멘트를 필두로 행사가 정식으로 시작 되었습니다.
삼귀의를 하고 덕산 안상민 준비위원장의 인사와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보현구 명등 은경 보살의 경과보고, 회주 지흥 스님의 축사가 이어졌습니다. 스님의 축사가 끝나자 무대에는 스크린이 내려 왔습니다.
원로이신 현산 김창호 거사의 광덕 대종사 선시가 낭송되고 스크린에는 대종사의 생전 모습이 흑백으로 나왔는데 칼라보다도 더한 광덕 대종사에 대한 그리움을 자아내게 하였습니다. 어느새 객석에서는 모두가 합장으로 경건하게 듣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현산 거사의 감동에 어린 시낭송에 이어 지범 최선기 거사는 클라리넷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경건하고 엄숙했던 마음은 다시 클라리넷 선율에 꽃에 홀린 나비처럼 빨려 들어갔습니다. 짧은 연주를 아쉽게 마치고 들어가니 보기만 해도 깜찍하고 귀여운 어린이 자재행 윤정화, 자성광 김현아 어린이가 나와 “물방울 염주”와 “등(燈)”을 낭송하였습니다. 어린이의 눈으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동시였지만 어른들이 들어도 감명 깊은 시를 예쁘게 잘도 낭송을 하였습니다.
이어서 등단 시인이시자 낭송 전문가이신 자비안 민숙영씨께서 “빼꼽”이란 시를 아주 멋들어지게 낭낭한 목소리로 낭송했습니다.
다음은 자명심 홍순례 보살이 송운 이정래 거사의 대금소리와 우선경 보살님의 북소리에 맞추어 팔만대장경이란 시조창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루할 것만 같던 시조창은 의외로 직접 들어보니 모두가 빨려 들어가는 흡입력이 매우 강한 음악이었습니다. 보통 때 같으면 비싼 오케스트라 연주단을 초청해 놓고 조금 들으시다 이미 어디론가 떠나셨을 때쯤 된 시간이 흐른 그런 시간이었는데 회주 스님께서는 떠나시지를 않고 오히려 핸드폰을 꺼내들고 녹화까지 하고 계십니다.
시조창이 끝나고 송운 이정래 거사의 대금산조가 시작되었습니다. 강동구청 앞에서 강동치과를 하시는 원장님이신데 대금에 조예가 깊어 40년을 연주, 전국 대회에서 여러번 최우수상을 타셨다는 그 실력은 대중을 단숨에 모두를 압도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구성지게 이어지는 대금의 선율은 달빛이 교교히 흐르는 깊은 산중에서 소리를 듣는 듯 속세와 우리의 관계를 갈라놓기에 충분한 연주였습니다.
잠시 속세를 등지게 했던 우리들은 다시 현실로 오게 한 순서는 ‘베품은 미덕’이라는 단막극입니다. 많은 소품과 등장인물이 나오는 순서라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막이 시작되니 명일 거사가 아픈 장면을 연기하며 드러눕는데 이 슬픈 장면이 오히려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어설픈 아마추어들의 나름대로 진지한 연기는 어느새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며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불광사 법우님들이 너무 순수해서 쉽게 감동하는 것인지 연기가 너무 훌륭해서 관객들을 감동시킨 건지는 몰라도 일반 관객도 울고 스님도 울고 코믹 연기의 대가인 사회자도 눈물 나게 한 감동의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웃음과 감동이 어우러진 단막극이 끝나고 아름다운 꿀성대 관음심 김명옥 보살은 ‘굴뚝 내장’이라는 시를 낭송했습니다. 젊었을 때는 총각 여러명 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고운 목소리의 시낭송에 이어 서도창을 들려주었습니다. 서도창이란 북한 지역에 내려오는 민요인데 여향 이채은 보살이 최윤영 보살과 신언팔 거사와 함께 신나게 불러주셨습니다.
규봉 거사는 아버님을 여윈 아픔을 표현한 ‘내 가슴 무너지고’라는 시를 들려주어 먹먹한 슬픔에 자신의 부모님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반야심 김순임 보살은 살풀이춤을 추었습니다. 스크린에는 세월호와 관련된 영상이 비춰져 온 국민을 가슴 아프게 했던 그 사건을 기억하며 살풀이춤을 보니 모두가 숙연해지며 고인들 모두가 극락왕생하기를 간절하게 빌며 춤으로 아픔을 달래고 위로했습니다.
이어서 법안 박태수 거사님의 “길 위의 사람들”은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멋진 시 낭송이 이어졌고, 극락수 이옥자 보살님은 먼저가신 부군을 그리워하며 가슴으로 쓰신 “그리움 II”를 낭송하였는데, 부군을 향한 그리움이 마음가득 전해졌습니다.
이어서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원래 출연하기로 했던 출연자가 갑자기 지난밤에 출연을 못한다고 해서 급하게 대체 인력을 투입했는데 안나현양,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였는데 나름 동대문 DDP 등 여러곳에서 공연을 했다는 베테랑. 원래는 첼로가 주고 피아노는 손 놓은지 오래 되었다고 하나 막상 연주가 시작되고 보니 보통 실력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7080 세대 귀에 익숙한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란 곡을 듣는 순간 우리 모두는 그 옛날 풋풋했던 시절 추억의 세계로 젖어 들게 하는 멋진 연주를 선물했습니다.
공덕원 전희애 보살은 “수행”이라는 시를 낭송했는데, 틀에 박힌 낭송이 아니라 감성이 충만한 목소리로 낭송하여 노래를 듣는 듯, 톡특하고 개성 넘치는 낭송으로 모두를 시의 세계로 흠뻑 빠져 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한편 보명화 정진옥 보살은 “그대를 사랑해” “님이 오시는지”를 불렀습니다. 성악은 보통 드레스를 입고 하는데 불광사의 멋진 보살님답게 독특하게 한복을 입어 훨씬 분위기 있고 보기 좋았습니다. 거기다 노래도 얼마나 잘하는지 천상에서 선녀가 내려와 노래를 하는 듯한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젊고 예쁜 김혜영 선생이 이끄는 불광사 경기민요반 보살님들 10여명이 함께 부르는 경기창이 이어졌습니다. 경기창이 흥겹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우리민요 우리가락이 이렇게 흥겨울 수가 있을까 저절로 어깨춤이 들썩였습니다.
자화심 배선희 보살은 ‘나목의 꿈”’이라는 시를 낭송하였습니다. 조금은 긴장한 배선희 보살의 시낭송은 오히려 시심을 순수하게 자극했으며, 수온 김혁 거사의 ‘6층 탑’이라는 시는 일본 오사까 ’잇신지‘라는 절에 관한 시인데 신라와 오사카와 유골이 시공을 초월하여 만나는 듯한 심오한 시를 멋지게 낭송해 주었습니다.
시낭송이 끝나자 스크린이 올라가고 금빛 찬란한 보광당 부처님 모습이 나타나 환희심이 저절로 일어나는데 이때 불광사의 자랑 마하보디 합창단의 합창은 어느때보다 우렁차고 장엄하여 경쾌한 화음으로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해 주었습니다.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공연 기획과 시의 내용을 더 멋지게 표현할 수 있도록 배경 영상을 기획하고, 시화, 배경음악, 음향, 출연진, 행사운영 등에 대해 모두가 놀랐고 우리 불광사의 수준이 이렇게 높고 이렇게 많은 역량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모두가 흥겹고 행복하고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공연을 위해서 영상에는 제2대 대한 영상협회장을 역임한 우기수거사, 시화제작과 포스터 제작은 광고와 홈페이지 제작을 하는 빅트리의 박영주 사장이 기능 보시를 하였고 의상은 세계적인 한복 디자이너인 이순화씨가 협찬을 해주셨으며 약 7개월간 열심히 준비를 해서 멋진 공연을 할 수 있게 애써주신 보현구와 김영국 선생을 비롯한 여러 준비위원들, 특별 찬조금을 기부해 주신 여러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준비위원장 덕산 안상민입니다 ~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