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관음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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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광사 작성일2015.11.07 조회34,744회 댓글0건본문

어느 듯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다. 연일 매스컴에서는 가을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있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바쁜 일상 속, 가을의 감성이 무디어져 버렸다. 관음재일을 위해 불광사로 오는 길목에서 붉은 단풍을 보며 감성의 가을을 가슴 깊이 받아들인다. 웅장한 롯데월드의 건물이 하늘을 치솟아 오르지만 공활한 가을의 티 없는 맑은 하늘은 아무 말 없이 구름과 함께 거닐고 있다. 하늘은 말없이 인간의 도전을 감싸 안고 있다. 인간들은 왜 위로만 올라가려고 할까? 어렵고 어지러운 중생의 마음을 부처님은 어떻게 알고 계실까? 어느 스님의 말씀이 또 오른다. “우린 전생에 더 나쁜 곳에서 살았을 거다. 그래서 더 나은 세상을 찾아 이곳으로 왔고 그 숱한 영겁의 세계를 거쳐 왔으니 행복해야 한다.”고·····

11월 관음재일의 ‘관음의 법어’는 일상(日常) 속의 행복(幸福)이다. 주지스님은 첫 마디로 수능 추위를 의식하여 “춥지요?”하며 운을 떼신다. 수능이든 입시건 취업시험이건 믿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밀고 가라고 하신다. 믿지 못하고 망설이면 좋은 결과를 없을 수 없듯이 불교에서 믿음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하신다.
관음의 법어는 경을 중심으로 설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육방예경(六方禮經)으로 ‘중생의 은혜’에서 “건강하게 살아 숨쉰다는 자체가 행복이 아닌가, 위를 바라보며 사는 삶은 언제나 허전한 법이다. 그러나 밑을 응시하는 인생은 늘 매사에 감사할 둘 아는 삶이다.” ……[중략]…… 불교는 결코 가지지 말라고 가르치는 종교가 아니라, 얻는 수단이 정직해야 하고,쓰는 방법도 올바라야 함을 가르친다.
스님은 부처님이 절름발이 장애인이 수행자가 되고 싶어 할 때 수행자는 힘들고 불자가 되어라고 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의 자식들이 신체가 건강하여 군대에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지 안는가 하며 우리들에게 반문을 하신다. 불교는 인과법에 따라 몸도 경건하게 해야 한다. 육방의 모든 은혜로운 대상들(부처님, 스승, 부모 등)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설한신다.
두 번째는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에서 “ 너그러운 이는 천금을 베풀고도 아까워하지 않지만, 인색한 이는 흙덩어리를 퍼주고도 배가 아파한다.”스님은 보시 마음에 대해 군법사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하신다. “한번은 연꽃을 만들어 부처님 전에 올리기 위해 연꽃보시를 받는데, 전혀 보시하는 장병들이 없는거야, 그래서 일단의 설문을 하였더니 장병들이 그달의 월급을 다 보시하겠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장교들에게 물었지요. 여기 장병들은 한달치 월급을 다 보시한다고 하는데 장교님들은 얼마를 보시하시겠는냐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어느 눈치 없는 총각 장교가 한달치 월급을 다 보시하겠다고 하데요. 보시한다는데 안 받을 수도 없고 걱정이 되어 물어 보았지요. 다 보시하고 어떻게 살라고 합니까? 했더니 대답이 걸작이더군요. 글쎄 그건 하루 술값밖에 안되니 걱정마시라고 하잖아요. 그러면서 진정한 보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신다. 만일에 내게 세수대야가 두 개 있는데 필요한 사람이 있어 하나를 준 것과 하나 있는데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겠지요?”
세 번째는 보살지지경(菩薩地持經)의 보시의 행복에 대해 네 가지로 설명하신다.
첫째, 남을 도와주면 그 중생이 굶주림과 두려움에서 벗어난다.
둘째, 남을 이롭게 했다는 자부심 때문에 스스로도 흔쾌하다.
셋째, 도움을 받은 중생은 어떤 형태로든지 나에게 보답하게 마련이다.
넷째, 보시의 공덕으로 세세생생보다 좋은 곳에 다시 태어 날 수 있다
는 구절을 시골 한적한 곳의 절에는 아직도 할머니들이 쌀 한톨한톨을 정성껏 닦아 가지고와 상단에 놓으면 빛이 난다는 이야기를 하며 진정한 보시는 그렇게 아름다우며 깊은 신심의 발현이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경남 삼천포의 어느 절의 괘불과 탱화에 대해 이야기하신다. 보물인 탱화는 쌍계사로 보내고 모사품을 걸어 놓았는데 가짜에 절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좋지 않을텐데 그 절의 불자들은 진짜보다 더 영험이 있는 탱화라고 하면서 열심히 절을 하는 모습이 바로 믿음의 표시이다고 말씀을 하신다

법문이 끝난 후의 문화공연은 ‘태평무’였다. 우리나라 3대 고전무용은 ‘살풀이’,‘승무’,‘태평무’로 관음재일날 처음으로 공연을 한다고 한다. 춤사위를 펼치는 무용수는 황귀자씨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고 문화제 이수자로 활동하시는 분이라고 소개한다. 다른 무용과는 달리 태평무는 나라의 번영과 태평성대를 축원하기 위한 춤으로 궁중에서 많이 추었으며 장엄하면서도 우리 춤의 매력인 손동작이 일품이었다.